문재인 대통령이 12월 ‘성탄 특사’를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일 “최근 청와대 회의에서 특별 사면이 필요하다는 각계의 요구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진행됐다”며 “성탄 특사에 대비해 법무부 등 실무 차원의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청, 성탄특사 대비한 법무부 실무 작업 사실상 지시 #여권선 정봉주·이광재·한명숙 등 복권 가능성 제기 #이석기 전 의원 사면 따라 '정치 쟁점' 점화 가능성 #靑 "사면 여부와 대상 등은 문 대통령이 결정할 것"
문 대통령이 성탄특사를 단행할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사면이 이뤄진다. 지난 8월 8ㆍ15 사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당시에는 준비기간 부족 등의 이유로 사면이 단행되지 않았다.
관심은 사면의 대상과 폭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공약에 뇌물, 알선수재ㆍ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자’에 대한 사면을 제한한다고 밝힌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면의 최종 결정권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특사를 단행하더라도 자신의 공약을 깨면서까지 정치인과 경제인 등으로 사면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성탄특사를 통해 정봉주 전 의원, 이광재 전 강원지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의 복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정봉주 전 의원의 경우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됐다”며 “현재 이명박 정부때의 BBK 의혹과 다스의 실소유주 관련 수사에서 ‘억울한 옥살이’가 증명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유력한 복권 대상자가 아니냐”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징역 1년을 최종 선고받아 구속되면서 2022년 12월까지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서울대 교수시절이던 지난해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같으면 (정 전 의원은)기소조차 되지 않았을 사건이었다. 대선 후보 등 공적인물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일부 허위사실이 포함됐음이 사후 확인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미국 판례”라며 “정권이 바뀌어야 사면ㆍ복권되려나보다”라고 적었다.
이광재 전 지사는 노무현 정부 당시 ‘좌희정ㆍ우광재’로 불리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그는 2009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에서 강원지사에 당선됐지만, 당선 직후 열린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도지사 직무가 정지됐다. 2011년 1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취임 7개월만에 도지사직을 상실했다. 이 전 지사 역시 2021년까지 선거에 나갈 수 없다.
지난 8월23일 수감 2년만에 만기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 역시 구속의 경우 ‘형집행 후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는 규정에 따라 복권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27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문 대통령은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대표 시절이던 2015년 구속 중이던 한 전 총리에게 측근을 보내 “당적 문제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고, 한 전 총리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자진 탈당계를 제출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사면과 복권을 단행하는 것을 비롯해 대상을 선정하는 것도 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성탄특사가 이뤄질 경우에 대비해 법무부 사면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사면 대상자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면 대상자 선정 등에 2개월 가량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면 여부도 정치권의 논란 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2월 통진당 해산 심판 선고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한 뒤, 2015년 1월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당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됐다.
이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3년과 2005년 특별사면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청와대 민적수석이 문 대통령이었다. 이를 놓고 야권에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당선되면 이석기 전 의원을 사면할 것”이라며 공세를 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의 사면 여부는 결국 문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으로, 청와대 내에서는 ‘사면이 어렵다’는 입장이 많은 상태”라며 “정치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인만큼 문 대통령이 성탄특사를 단행할 경우 고민을 해야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면 여부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9월 여야 4당 대표들을 초청한 청와대 간담회가 끝난 뒤 “문 대통령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눈에 밟힌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2015년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