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 관계·탈의실 나체 다 훔쳐 봤다”…IP카메라 수천 대 해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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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IP카메라 1402대를 해킹한 20대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이 해킹한 IP카메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지난 19일 IP카메라 1402대를 해킹한 20대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이 해킹한 IP카메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가정집 등에 설치된 IP카메라 수천 대를 해킹해 타인의 사생활을 엿본 30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가정집, 학원, 독서실 등지에 설치된 IP 카메라 1600여대를 해킹한 다음 12만7000여 차례 무단 접속해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본 혐의로 이모(36)씨 등 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이씨는IP 카메라 해킹을 통해 실시간 영상을 직접 녹화하거나 이미 저장된 파일을 내려받는 등 동영상 파일 888개를 보관한 혐의도 받는다.

동영상 파일에는 속옷차림의 여성, 부부 성관계 등이 담긴 영상도 포함됐다.

독서실에서 학생들이 포옹하거나 키스하는 장면, 에어로빅 학원에서 여성이 탈의하는 장면 등도 담겼다.

이씨는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IP카메라를 별도 관리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무직·회사원·대학생 등인 이들 모두는 인터넷을 통해 관리자 계정 비밀번호를 찾아내는 해킹 기법을 이용했다.

경찰은 이씨가 해킹해 보관하던 동영상 888개를 분석하던 중 몰래카메라로 설치된 IP카메라를 확인하고 전모(36)씨 등도 불구속 입건했다.

전 씨는 사무실 여직원 책상 밑에 몰래 설치한 휴대전화를 IP카메라로 이용, 동영상 58개를 불법 촬영했다.

경찰은 “불법 녹화된 영상은 폐기하는 한편 파일 공유사이트 유포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IP카메라 초기 비밀번호를 유지하거나 번호가 허술할 경우 반드시 바꾸고, 특수문자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며 “제조·판매사 역시 이용자가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으면 경고문이나 이용 범위를 제한하는 보안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IP카메라는 사무실 등에서 감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최근엔 홈 네트워크와 연동, 외출 시 집 또는 가게 내부 상황을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돼 설치가 크게 늘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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