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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호텔 살 길? 유커보다 내국인 사로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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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세바스티앵 바쟁 아코르호텔 회장은 ’앞으로 한국 호텔의 경쟁력은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과 한국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얼마나 잘 조성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세바스티앵 바쟁 아코르호텔 회장은 ’앞으로 한국 호텔의 경쟁력은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과 한국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얼마나 잘 조성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국내 호텔업계엔 먹구름이 드리웠다. 지난 3~4년간 호텔 공급은 확 늘었는데 수요는 되레 줄어서다. 투숙객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인 관광객(유커·游客)의 발길이 끊긴 영향이 크다. 한국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로 인한 갈등이 완화할 전망이지만 당장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아코르호텔그룹 이끄는 바쟁 회장 #한국, 인구에 비해 호텔 많지 않아 #전 세계 관광업 매년 5%씩 성장 #2~3년 힘들겠지만 상황 좋아질 것 #평창 올림픽은 절호의 홍보 기회 #서울 외에 5~6개 관광도시 키워야

세계 3대 호텔그룹 중 하나인 ‘아코르호텔’그룹을 이끌고 있는 세바스티앵 바쟁(56) 회장은 이런 한국 호텔 시장을 어떻게 평가할까. 바쟁 회장은 “당장은 힘들겠지만 2~3년만 버티면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첫 여행”이라는 바쟁 회장을 1일 서울 중구 장충동의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에서 만났다.

한국 호텔업계는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큰데.
“경쟁도 치열해지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호텔만 살아남게 될 거다. 하지만 (한국의 관광 경쟁력을 고려하면) 한국 호텔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보진 않는다. 현재 한국엔 아코르호텔이 23개 있는데 2021년까지 9개 호텔을 더 지을 거다. 호텔사업은 1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한다. 당장의 상황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봐야 한다. 호주에는 아코르호텔이 300개 있다. 호주 인구는 2500만 명으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에 100번째 아코르호텔이 들어설 때가 멀지 않았다고 본다. 2~3년 후엔 한국을 찾는 유커도 이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확신한다.”
호텔을 더 지어도 된다는 말인가.
“현재 12억 명인 세계 관광객이 15년 후 20억 명으로 늘 것이다. 지난 20년간 매년 세계 관광객은 평균 5%씩 늘었고, 호텔은 2.5%씩 증가했다. 물론 국가별로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분명한 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저가항공의 등장은 여행할 수 있는 수요를 크게 늘였다. 항공료 부담이 줄면서 7~8년 전보다 여행비용이 30% 절감됐다. 7년 전에 여행을 못 했던 사람이 오늘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거다. 그들이 한국을 찾게 하면 된다.”
유커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높은데.
“나도 그간 한국시장에서 내국인 유치에 소홀했다는 반성을 했다. 중국 이외 국가에서 오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내국인을 매료시켜야 한다. 고객은 호텔을 선택할 때 더는 객실 인테리어나 침대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최고의 경험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한국인과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만큼 확실한 현지 체험은 없다. 서울에 있는 아코르호텔에서 현지인과 어울려 좋은 경험을 한 고객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다시 방문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앰배서더호텔 그룹과 30년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방한한 이유도 두 회사의 합작 30년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우리와 앰배서더가 호텔 운영의 비전이 유사했기 때문에 그 오랜 시간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는 ‘현지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서 앰배서더 측과 궁합이 잘 맞았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해 온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한국 호텔업계가 호황을 누리려면 결국 관광산업 활성화가 중요한데.
“크게 세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첫째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라는 절호의 홍보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전 세계 언론이 3주간 한국을 집중 조명한다. 잘 갖춰진 교통망을 활용해야 한다. 서울 외에 5~6개 대표 관광도시를 만들어야 체류 시간이 늘어난다. 한국은 치안이 좋아 관광하기 좋은 나라다. 근데 한국인이 외국인을 만나면 말도 잘 안 하고 숨어버린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더 좋다. 예컨대 항공사와 손잡고 태국에서 미국으로 갈 때 한국을 경유하는 노선을 만드는 식이다. 잠깐이라도 들러서 관심을 갖게 하는 거다.”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객실보다 ‘최고의 경험’

호텔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내로라하는 호텔의 CEO는 대개 50세 이상이다. 페이스북·아마존·구글·위챗 등 최근 부상하는 기업의 경영자 10명 중 8명은 35세 이하다. 20대 사원이라도 똑똑하다면 경영회의에서 발언권이 있어야 한다. 젊은 세대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경험이나 연륜은 부족할지 몰라도 더 큰 비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바쟁은 지난 17년간 호텔업계가 두 번의 변혁을 맞았다고 본다. 디지털의 발달과 공유경제의 부상이다. 바쟁은 “지난 50년간 고객은 가격이나 위치를 바탕으로 호텔을 선택했지만 2000년 이후 달라졌다”며 “2000년 디지털의 발달은 고객에게 보다 싼값에 호텔을 예약할 수 있게 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부상으로 호텔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명 중 8명은 호텔 추천 사이트 등을 통해 이전 투숙객의 후기를 찾아보고 어떤 호텔을 이용할지 결정한다”며 “SNS를 잘 활용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코르호텔그룹

프랑스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호텔 운영사다. 페어몬트·그랜드 머큐어·노보텔·이비스 등 20여 개 호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럭셔리 호텔부터 비즈니스 호텔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95개국에 4200개 호텔이 있다. 현재 국내에 23개 호텔이 있고, 2021년까지 프리미엄 호텔인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 등 9개 호텔을 더 지을 계획이다. 지난해 연 매출은 7조3200여억원이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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