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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수퍼수퍼' 동네까지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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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홈플러스 수퍼익스프레스점. 150평 규모의 이 수퍼마켓 입구에 60여 개의 과일.야채 바구니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당일 배달된 포장 과일과 채소가 가득한 이 바구니는 소비자들이 손으로 집기 좋도록 대각선으로 놓여 있다. 냉장고 안에는 한 끼 식사로 먹기 좋게 손질된 생선과 정육이 가득했다.

지난해 개장한 이 곳은 반찬과 와인 코너도 갖췄고, 200대의 차량을 세울수 있는 주차장도 있다. 주말엔 매출액이 2000만원까지 오른다. 이 점포 남정일 점장은"아침에 들어온 채소의 30%는 그 날 다 파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인근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수퍼마켓이 세 개나 있어 품질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 서초동 홈플러스 수퍼익스프레스에서 소비자들이 포장된 정육 상품을 고르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이런 형태의 '수퍼마켓'확장에 팔을 걷었다.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100평 이상의 대형 수퍼마켓을 '수퍼수퍼마켓(SSM)'이라고 부른다. GS유통.롯데쇼핑.삼성테스코 등은 지난해부터 지방 중소규모의 수퍼체인 등을 잇따라 인수해 SSM 점포수를 늘리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이 수퍼마켓 확장에 나선 것은 주차 면적과 대형 부지를 확보해야하는 할인점보다 점포 개설이 쉽기 때문이다.

지난해 LG그룹에서 분사한 GS그룹은 수퍼마켓 사업을 강화하면서 유통 부문의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코오롱마트도 인수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위험 부담이 큰 할인점 사업에 섣불리 뛰어들기 보다는 수퍼마켓 사업으로 도심 상권에 침투하는 것이 낫다"며 "연말까지 수퍼마켓의 매출액이 85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 2위인 현대백화점 그룹도 수퍼마켓 시장에 진출한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20일 "계열사 한국물류가 기존의 현대하이퍼렛 두 개 점포를 SSM으로 재개장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봐서 점포수를 더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형유통업체의 수퍼마켓 확장에 대해 동네 수퍼들의 반발도 거세다. 서울 방화동에서 30평 규모의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이윤근씨는 "인근에 대형 유통업체들이 진출하며 영업에 큰 타격을 받았다"며 "다른 점포보다 가격을 싸게 책정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해도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달 중소기업협동중앙회와 함께 "대형 유통점들이 SSM 사업에 뛰어들어 중소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대형 유통점의 영업 활동을 일부 규제해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홍주연.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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