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일가족 살해’ 장남, 직업·집 없이 숙박업소 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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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일가족 살해 피의자가 뉴질랜드에서 체포된 모습. [연합뉴스]

용인 일가족 살해 피의자가 뉴질랜드에서 체포된 모습. [연합뉴스]

용인에서 일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에서 체포된 피의자가 일정한 직업 없이 친척 집과 숙박업소를 전전하며 궁핍하게 살아온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경찰은 경제적 문제도 범행 동기일 수 있다고 보고 피의자의 계좌 등을 살펴보고 있다.

31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혐의를 받는 김모(35)씨는 올해 초부터 일정한 주거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등록상 주거지인 세종시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

또, 김씨에게 살해당한 일가족의 유족과 주변인 조사에서 경찰은 김씨가 올해 초부터 아내 정모(32)씨와 두 딸(7개월·2세)과 함께 친척 집 등을 전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범행 한 달여 전인 지난달부터는 숙박업소에 머물러 왔다.

그러면서 김씨는 주변에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둘러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별다른 직업도 없었다. 자신이 살해한 어머니 A(55)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 정씨도 벌이가 없었다. 경찰은 김씨가 경제적 문제로 A씨와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에 경찰은 김씨의 정확한 범행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계좌 및 통화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경제적 문제가 범행동기일 수 있는 만큼, 김씨의 전체 부채 규모 등을 살펴본다는 취지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적 문제가 현재까지 제기된 범행동기 중 하나일 수 있다고 판단, 김씨의 경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채권·채무 관계를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구체적 범행동기 조사를 위해서는 김씨의 국내 송환이 시급해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5시쯤 용인시 처인구 아파트에서 어머니 A씨와 이부동생 B군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 날 오후 8시쯤 강원 평창군의 한 도로 졸음 쉼터에서 계부 D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범행 이틀 뒤인 23일 오후 아내 정씨와 두 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달아났다가, 과거 뉴질랜드에서 저지른 절도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돼 구금돼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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