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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시네마천국’ 작은영화관 돌풍…누적 관객 150만명 넘어

중앙일보

입력

영화 ‘시네마 천국’. [중앙포토]

영화 ‘시네마 천국’. [중앙포토]

영화 ‘시네마천국’의 주인공 토토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영화관으로 달려간다. 마을의 유일한 영화관인 시네마천국의 영사실에서 영사기가 스크린에 영화를 비추는 모습을 지켜보고 또 지켜본다. 그는 훗날 세계적인 영화 감독이 돼 30년 만에 마을로 돌아오지만, 어린 시절 꿈을 키웠던 시네마천국이 시류의 흐름 속에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극장 불모지’서 문화 갈증 해소 기여 #올해 12곳, 내년 11곳 신설 예정 #그러나 관련 사업 예산은 25% 줄어 #“지원사업 효과 방안 강구해야”

강화산성을 따라 펼쳐진 야트막한 돌담길 옆에는 ‘강화 작은영화관’이 있다. 인천 강화군의 유일한 영화관이던 강화극장이 경영난으로 1991년 문을 닫은 뒤 24년 동안 극장 불모지였던 이곳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작은영화관 건립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 지어진 시설이다. 그동안 영화를 보고 싶은 강화군민들은 26㎞ 떨어진 김포시까지 영화 원정을 떠나야 했다. 1개 상영관에 87석의 좌석이 전부지만 매년 6만명의 관객이 영화를 보러 찾아온다. 매일 5~6회에 걸쳐 신작 영화 5개를 상영하는데 관람료는 일반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절반 수준(5000원)이다.

한국판 시네마천국인 작은영화관은 극장이 없는 지역 주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50석 안팎 2개관 규모의 소규모 영화관을 짓는 사업으로 정부가 2010년부터 추진했다. 전북 장수군의 ‘한누리 시네마’가 최초였는데 개관(2010년) 3년 만에 흑자로 전환, 성공 사례로 알려지며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전국 작은영화관(33곳)의 누적 관객은 15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1인당 관람횟수는 강원 화천(1.1회), 전북 무주(1회), 강원 영월(0.9회) 순이었다. 올해엔 충남 태안 등에 12개소가 새로 문을 열었고 내년에도 11개소가 신설될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문을 연 ‘태안 작은영화관’의 상영관. 2010년 ‘한누리 시네마’를 시작으로 전국 33곳에 작은영화관이 생겼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문을 연 ‘태안 작은영화관’의 상영관. 2010년 ‘한누리 시네마’를 시작으로 전국 33곳에 작은영화관이 생겼다. [연합뉴스]

작은영화관이 돌풍을 일으킨 건 '영화 벽지'의 문화 소외를 일부 해소해 주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화관이 없는 지역에서 영화를 보려면 시내로 나가야 했다.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영화관 없는 지역 현황’에 따르면 전국 226개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영화관이 없는 지역은 66곳에 달했다.

전남 지역이 14개로 가장 많았고, 경북(13개), 경남(7개), 충북ㆍ강원(각 6개), 경기ㆍ부산(각 5개), 충남(4개), 대구(2개) 순이었다. 대도시에 비해 시골 지역이 영화 벽지 임을 보여준다.

자료=노웅래 의원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노웅래 의원실, 영화진흥위원회

작은영화관의 돌풍이 확인됐지만 이를 지원하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관련 사업 예산은 줄고 있었다. 노 의원은 “작은영화관 기획전 사업 예산은 지난해 6억4000만원에서 올해 4억8000만원으로 약 25%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 사업은 지역 주민들이 작은영화관을 통해 상업 영화 외에 다양한 영화를 관람하게 하는 것으로,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노 의원은 “영진위가 예산편성 과정에서 (사업의) 중요도를 낮게 본 것”이라며 “문체부와 영진위가 협의해 작은영화관 지원사업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노웅래 의원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노웅래 의원실, 영화진흥위원회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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