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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장악’ 의혹 김재철 전 MBC 사장 “국정원 만난 적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공영방송 장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오후 김재철 전 MBC 사장을 소환했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압수수색과 관련해 김 전 사장이 본인 핸드폰을 포렌식(디지털 분석) 하는 과정을 참관하고 싶다고 해 출석시켰다“고 말했다.

김재철 “MBC 부당인사 한 적 없다” # “국정원 서류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 # 어제 대마도 출장, 출국금지 돼 못 가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이날 오전 김 전 사장 등 당시 MBC 임원진 3명과 국정원 담당 직원의 집, 현재 사무실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MBC 관계자 중에서는 김 전 사장 외에도 전영배 전 기획조정실장(현 MBC C&I 사장), 백종문 부사장이 포함됐다. 당시 MBC를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도 수사 대상이 됐다.

김 전 사장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 직원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도 입사한 지 33년 된 대한민국 언론인이다. 다른 사람 지시로 부당 조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김재철 전 MBC 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돼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철 전 MBC 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돼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MBC의 많은 기자, PD들이 부당인사를 당했다는데.
“내가 사장으로 재직했을 때 부당인사를 한 적은 없다.”

-국정원 직원을 만난 적은 있나.
“언론을 통해서 봤다. 난 국정원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다. 서류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국정원 문건을 보고 그대로 실행한 것 아닌가.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되죠. (얼굴 붉힘) 검찰에서 불러줘서 사실은 감사하다. (블랙리스트 피해자) 김미화씨 같은 경우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적 밖에 없다. 김미화씨가 ‘사장님 안녕하세요’ 해서 내가 ‘방송 잘 듣고 있습니다. 방송 많이 하셔야죠' 이렇게 말했다."

-부당 징계, 전보 모두 MBC 경영진의 독자적 판단인가.
"다른 사람 지시듣고 판단하지 않는다. 난 MBC에 취재기사로 입사해서 33년 4개월간 일했다. 나도 대한민국의 언론인이다."

-부당징계, 전보는 그러면 무슨 근거로 했나.
"내가 사장일 때 MBC는 1조8000억원(매출)을 처음 달성했다. 그런데 갑자기 노조가 파업을 해서 '노조가 주요 보도 책임자에 대해서 2배 수를 추천하겠다'고 했다. 내가 ‘그건 인사권을 가져가는 거 아니냐’고 반대한 것이다. 나는 하루를 해도 MBC 사장답게 했다."

-언론계 후배들에게 많은 고통 주고 있는데.
"내가 기자생활 33년4개월을 MBC에 있었는데 왜 후배들에게 고통을 주겠나. 난 MBC 사장된 이후 골프채 한 번 잡아본 적이 없다. 오직 일만 했다.”

-지금 출국금지 상태인가.
"출금금지라는 것을 어제 알았다. 어제 대마도에 출장을 가려니까 해외로 못 나간다고 하더라.”

검찰은 김 전 사장 등 당시 MBC 경영진이 국정원과 협조하며 보수 정부에 비판적인 제작진과 연예인들을 퇴출시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대상자들은 당시 PD수첩 등 정부ㆍ여당에 비판적인 MBC 방송 프로그램들에 대해 제작진과 진행자 교체, 방영 보류, 제작 중단 등의 불법 관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0년 3월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김 전 사장의 취임을 계기로 고강도 인적 쇄신, 편파 프로그램 퇴출 등에 초점을 맞춰 MBC의 ‘근본적 체질’을 개선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후 실제로 MBC에서는 간판 시사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기자ㆍPD들이 해고됐다. 파업 이후에는 참여 직원들이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전보돼 인사권 남용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MBC 경영진 교체 경위 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에 나섰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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