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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주년' 여의도 촛불 파티 찾은 시민들…“여긴 축제예요”

중앙일보

입력

민지홍(7)군이 28일 여의도 촛불파티에서 시민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송우영 기자

민지홍(7)군이 28일 여의도 촛불파티에서 시민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송우영 기자

“사탕을 나눠 주는 게 엄청 재밌어요. 늦게까지 계속 하고 싶어요.”

28일 여의도 ‘촛불 파티’에서 만난 민지홍(7)군이 말했다. 민군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진행된 촛불 파티에 자원봉사를 하러 왔다. 자원봉사자들이 입는 핼러윈 옷 차림에 별 모양이 그려진 모자를 쓴 민군은 시민들에게 호박 모양 바구니에 든 ‘적폐청산 사탕’을 나눠주며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지난해 촛불집회에 데리고 갔는데 무척 좋았나 봐요. 올해는 자원 봉사자로 참여하겠다고 하더니 초콜릿을 나눠 줄 사람이 필요하다니까 자기가 제일 먼저 하겠다고 나서더라고요.” 옆에 있던 민군의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핼러윈 의상을 하고 여의도를 찾은 임혜진씨 가족. 송우영 기자

핼러윈 의상을 하고 여의도를 찾은 임혜진씨 가족. 송우영 기자

여의도 촛불 파티의 분위기는 자유로웠다. 가족들과 함께 핼러윈 의상을 입고 온 임혜진(43)씨는 “며칠 전부터 분장 준비를 했다. 광화문보다는 여의도가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여서 즐기기에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데이트를 하다가 남자친구와 함께 왔다는 홍모(28)씨는 “생각한 것보다 더 파티 같은 느낌이 들어 신난다. 인터넷에서 광화문 촛불 집회 사진을 봤더니 딱딱한 느낌인 것 같아 여길 오기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핼러윈을 상징하는 풍선을 받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송우영 기자

시민들이 핼러윈을 상징하는 풍선을 받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송우영 기자

핼러윈을 상징하는 풍선이 등장했고, 버스킹도 이어졌다. 가수 송희태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자작곡 “다스는 누구껍니까”를 불렀다. ‘MB 구속! 적폐 청산!’, ‘다스는 누구껍니까’등의 피켓을 든 시민들이 보였지만, 통일된 구호가 등장하진 않았다.

핼러윈 의상을 입고 촛불 파티에 참여한 가족의 모습. 송우영 기자

핼러윈 의상을 입고 촛불 파티에 참여한 가족의 모습. 송우영 기자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한 여의도 촛불 파티는 특정 단체에 속하지 않은 개인들이 주축이 돼 추진됐다. 한 네티즌이 “여의도에 집회 신고를 했으니 자유롭게 참여하자”는 글을 올린 뒤 많은 사람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촛불은 특정 단체의 전유물이 아닌데다 광화문 보다는 야당 등이 있는 여의도가 더 적당한 장소”라는 입장이다. 28일 오후 6시 기준 주최측 추산 400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여의도 촛불 파티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길 안내를 하고 있다. 송우영 기자

여의도 촛불 파티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길 안내를 하고 있다. 송우영 기자

자원봉사자들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은 길을 알려주거나 화장실의 위치를 시민들에게 안내하고, 샌드위치와 물을 나눠줬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노모(47)씨는 “여기는 광화문과 달리 주최 측이 없기 때문에 자원봉사자가 꼭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촛불집회에 많이 참여했는데 이번엔 질서 유지에 일조해 보자는 생각으로 자원했다”고 말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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