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중간평가 성적은 C-... 한국당 보이콧, 맹탕국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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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이날 자유한국당은 불참했다. 강정현 기자 /171027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이날 자유한국당은 불참했다. 강정현 기자 /171027

정권교체 후 첫 국정감사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국감이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정권의 적폐청산’ vs '현 정권의 무능 심판' 구도로 시작됐으나 정계개편 논의로 집중력이 흩어졌고, 자유한국당이 국감 보이콧에 나서면서 국감 파행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년간 국정감사를 평가해온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국감 중간평가 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의 중간성적은 C-학점"이라고 했다. 북한 핵ㆍ미사일 등 안보위기와 한미FTA 재협상, 대중국 관계 경색 등 경제위기상황 속에도 여ㆍ야당이 적폐청산과 무능 심판에 함몰되어 민생 국감은 뒷전이라는 이유다.

국감 중반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계개편 논의가 일며 감사가 소홀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초반엔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안보, 민생에 대한 열의 있는 정책질의가 있었는데, 바른정당·국민의당 합당 논의로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기관 업무, 세금집행 등을 송곳 검증해야 할 제1야당이 빠지며 맹탕 국감이 됐다는 것도 문제다. 자유한국당은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여당 성향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선임한 데 대해 반발하며 국감 보이콧에 나섰다. 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탓에 27일 인천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 나선 행정안전위원회는 업무보고 수준으로 1시간 만에 국감을 마쳤고,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감사를 한 정무위원회는 평소보다 이른 5시에 국감을 종료했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의 홍금애 집행위원장은 “국감 파행은 연례행사처럼 있었다”면서도 “정당이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는 것은 누가 봐도 옳은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 전달을 할 통로가 없는 구조라면 몰라도, 다수당인 한국당이 전체 국감을 거부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홍 집행위원장은 “정치적 이유로 국정감사를 거부하는 습관성 보이콧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여당(새누리당) 시절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반발해 국감을 보이콧한 데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국감을 거부했다.

27일 국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문제 삼아 전날 국감을 보이콧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반쪽으로 진행됐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 또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대검찰청 국감은 문무일 검찰총장,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이 참석했다.20171027.조문규 기자

27일 국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문제 삼아 전날 국감을 보이콧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반쪽으로 진행됐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 또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대검찰청 국감은 문무일 검찰총장,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이 참석했다.20171027.조문규 기자

물론, 한국당이 없는 틈을 타 공세를 강화한 곳도 있다. 법사위원회(대검찰청 감사)는 한국당 보이콧을 틈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를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공공기관 채용비리야말로 미래 세대의 꿈을 짓밟는 행위”라며 “법사위원장도 피고발자인데 그런 점이 수사에 장애가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정성호 의원은 “대통령이 탄핵이 되는데 국회의원이 대단하겠느냐. 죽은 권력이든 살아 있는 권력이든 분발해 주기를 당부드린다”고 수사를 촉구했다.

한국당의 '국감 보이콧'이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 다음달 1일로 예정된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날 의총에선 한국당 홀로 국감에 불참하는 것이 불리하니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30일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며 말을 아꼈다.

김진태 의원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김진태 의원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앞서 자유한국당이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한 지 이틀째인 27일, 국회 10개 상임위는 반쪽짜리 국감을 이어나갔다. 보이콧의 시발이 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도 시끄러웠다. 과방위 기관증인으로 출석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점심시간에 한국당 의원총회를 참석한 것이 논란이 됐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국감 기관증인이니 행동과 발언에 조심하라”고 지적하자 고 이사장은 “거기(한국당 의총)가 가면 안되는데였나? 미리 주의를 줬느냐”고 반문했다. 신 의원은 “국감을 거부하는 정당에 연사로 출연했다. 미리 주의를 줘야 안가는건가. 연세가 어떻게 되느냐”고 따졌고, 고 이사장은 “그런식으로 말씀하셔도 되나?”라고 맞받았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똑바로 하라”며 언성을 높였고, 회의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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