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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개가 푸들 물어 죽인 '견견살해'···형사처벌 쉽지않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풍산개와 푸들. 왼쪽 풍산개는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 인스타그램 등]

풍산개와 푸들. 왼쪽 풍산개는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 인스타그램 등]

지난 6일 서울 한 유명 식당 대표가 가수 겸 배우 최시원씨의 반려견에게 물린 뒤 사망하면서 반려견 관리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고를 계기로 맹견 사고 방지를 위한 입법이 공론화됐다.

대구에서 풍산개가 푸들 공격해 죽인 사건 #전문가들 "손배 청구 되나 형사처벌 어려워" #'반려동물 1000만 시대'…입법 필요성 제기

그렇다면 목줄을 제대로 하지 않은 반려동물이 다른 반려동물을 물어 다치게 하거나 죽였을 때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법조계에 따르면 이런 경우 반려동물이 사람을 공격했을 때와 달리 형사처벌조차 어렵다고 한다.
이른바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반려동물이 사람을 공격하는 일뿐 아니라 반려동물끼리 공격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보다 현실적인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공원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풍산개가 푸들을 문 사건이 일어났다. 24일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 스마트폰 앱 인스타그램에 한 네티즌이 "저와 저의 반려견 푸들 루이가 뒤쪽에서 갑자기 나타난 풍산개에게 무자비하게 공격을 당했다"고 했다. 풍산개는 무게가 35~40㎏로 추정되는 크기였다.

[사진 인스타그램]

[사진 인스타그램]

이 네티즌은 "루이는 목줄을 착용하고 있었고 그 풍산개는 목줄이 없었다"며 "그 큰 개는 루이의 뒤에서 아무런 경고 짖음도 없이 무참한 공격을 했다. 큰 개는 계속 돌진하면서 루이를 공격하려 했고 저는 루이를 안아들어 보호하려 했지만 그 개는 심지어 제 팔에 안겨있는 루이를 낚아채려고 계속해서 공격했다"고 적었다.

이어 "몇 분 후 견주는 사고의 웅성거림을 듣고 어디선가 나타나 개줄로 개를 때리면서 데리고 사라졌다. 저는 그 개와 견주의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했지만 루이의 피로 범벅이 된 제 폰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네티즌은 "동물병원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루이는 이틀 뒤 제 곁을 떠났다"며 "자신의 상처가 엄청 큰데도 불구하고 루이는 저를 안심시키려고 병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끊임없이 저를 핥아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반려동물이 다른 반려동물을 공격해 다치게 하거나 죽였을 때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형사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최근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발생을 계기로 반려견 관리 소홀 등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최근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발생을 계기로 반려견 관리 소홀 등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법무법인 대구 이재동 변호사는 "형사상 재물손괴죄는 고의로 타인의 재물에 해를 입혀야 하는데 이 경우엔 견주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풍산개 견주의 과실로 다른 반려견이 숨지게 된 점으로 미뤄 민사 소송을 통한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민법 제759조 '동물의 점유자의 책임'에는 '동물의 점유자는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그 보관에 상당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 변호사는 "자신이 아끼던 푸들이 다른 개의 공격으로 죽게 돼 얻은 물질적·정신적 손해에 대한 보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푸들의 죽음을 알린 네티즌은 현재 경찰에 풍산개 견주를 신고해 행방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이 네티즌은 "이 견주를 꼭 찾아내 미래의 또 다른 인명 혹은 나약한 동물들을 노출된 위험으로부터 구하고자 한다"며 "저는 견주의 처벌과 그의 진심어린 사과와 또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애견인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1000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난 만큼 보다 현실적인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말티즈를 키우고 있는 이진환(32·대구 남구)씨는 "반려동물 100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동물권익'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반려동물이 얽힌 사건이 늘어나고 있지만 법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러 경우의 수에 대비할 수 있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재(32·서울 동작구)씨는 "반려동물은 일반 가축과 달리 주인에게 '또하나의 가족' 처럼 큰 의미를 가지는 존재일 수 있다. 반려동물이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갑자기 다치거나 죽을 경우 주인에겐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클 수 있다. 입법을 할 때 그런 점도 감안을 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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