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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초기 불교 '사라진 고리'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도봉산 얫 영국사 터에서 새로 발굴한 혜거국사 비문. [사진 문화재청]

도봉산 얫 영국사 터에서 새로 발굴한 혜거국사 비문. [사진 문화재청]

고려 초기 불교의 ‘미싱 링크(missing link·사라진 고리)’를 이어줄 비석 조각이 새로 발견됐다. 지금까지 논란이 컸던 혜거국사의 정체를 알게 됐다. 결론적으로 두 명의 혜거국사가 활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도봉서원서 영국사 혜거국사비 실물 발견 #탁본 일부로만 남았던 스님의 정체 밝혀내 #고려 최초 국사인 혜거국사와 동명이인

 문화재청은 서울 도봉서원(道峯書院) 발굴 현장에서 그간 탁본 일부(88자)만 전해지던 영국사(寧國寺) 혜거국사비(慧炬國師碑) 실물을 찾아냈다고 27일 발표했다. 길이 62㎝, 폭 52㎝, 두께 20㎝ 크기다. 비석 조각에는 281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번에 그 중 256자를 판독했다.

 비문에 따라면 영국사 혜거(慧炬)국사는 중국 유학을 다녀온 뒤 선종의 일파인 법안종을 고려에 전파한 승려로 밝혀졌다. 경기도 화성 용주사에 있던 고려 최초의 국사인 갈양사 혜거(惠居)국사와 동명이인으로 것으로 드러났다.

 박찬문 불교문화재연구소 팀장은 “지금까지 영국사 혜거국사와 갈양사 혜거국사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두 승려의 삶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탁본이 실린 『대동금석서』에 '영국사 혜거국사비'라는 명칭만 나와 일부 학자들이 충북 영동 영국사가 비석 소재지라고 주장했다"며 “이번에 실물이 나옴으로써 이 비석이 있던 장소가 도봉산 영국사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발굴에서 통일신라 기와와 건물 기단이 드러나 영국사가 통일신라 때 창건됐을 것으로 파악됐다.

도봉서원 발굴 현장서 나온 각종 유물들. 기와 문양 등으로 볼 때 통일신라 시대 것으로 보인다.

도봉서원 발굴 현장서 나온 각종 유물들. 기와 문양 등으로 볼 때 통일신라 시대 것으로 보인다.

 도봉서원(서울특별시기념물 제28호)은 조선시대 선조 6년(1573) 정암(靜庵) 조광조(1482~1519)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옛 영국사 터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진다. 임진왜란 때 불탔다가 1608년 중건된 후 1871년 서원철폐령으로 헐어내기까지 약 260여 년간 유지됐다. 2011년부터 3년간 진행된 발굴조사에서 고려시대 불교 용구인 금강령·금강저·향로·발우 등 유물 77점이 출토되기도 했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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