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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대법원 질책한 신안 여교사 집단성폭행 어땠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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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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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교사의 트라우마를 생각한다면 최고형을 선고해야 한다’ ‘아예 1심 재판부터 다시 해서 인면수심의 범행을 저지른 짐승들이 평생 빛을 못 보게 해라’

섬마을 주민 3명이 여교사 1명 성폭행해 공분 사 #억지로 술 먹인 뒤 차례로 성폭행·…범행 촬영도 #대법원, '1·2심 일부 무죄판결 부적정' 원심 파기 #원심과 달리 '공모' 인정한 것…양형 높아질 듯

지난해 전남 신안의 섬마을에서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재판을 지켜보던 누리꾼들이 2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들이다. 네티즌들은 전날 대법원이 '해당 사건의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강하게 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자 1, 2심 재판부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전남 신안의 섬 관사에서 여교사를 성폭행 한 혐의로 구속된 피고인들이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전남 신안의 섬 관사에서 여교사를 성폭행 한 혐의로 구속된 피고인들이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은 신안 섬마을에서 술에 취한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치상)로 구속기소된 김모(39), 이모(35), 박모(50)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10년, 8년, 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에서 피고인들의 공모관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일부 혐의에 대해 ‘공모 범행이 인정된다’며 유죄 취지로 2심 재판부에 다시 판단을 맡긴 것이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로 섬마을 여교사를 집단 성폭행한 피고인 3명은 다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성폭행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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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외딴섬에서 일하던 여교사를 성폭행했다는 점에서 공분을 산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21일에 발생했다. 피고인 김씨 등은 이날 오후 11시10분부터 이튿날 새벽 사이 신안군의 한 섬마을 초등학교 관사에서 여교사를 차례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마을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여교사에게 접근해 억지로 술을 먹인 뒤 피해자의 관사로 데려가 범행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1차 범행에서는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해 3명 모두 범행에 실패했으나 자정 이후 범행을 재시도해 잠이 든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지난해 6월 8일 전남도교육청에서 새누리당 민생혁신특별위원회의 여교사 성폭행 피해 현장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이명수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6월 8일 전남도교육청에서 새누리당 민생혁신특별위원회의 여교사 성폭행 피해 현장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이명수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범행 과정에서 이씨는 성폭행하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까지 했다. 피고인 중 한 명인 김씨의 경우 2007년 대전의 한 원룸에 사는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사실이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김씨 등이 범행 전후 서로 전화 통화를 하고 여교사에게 함께 술을 먹인 점 등으로 미뤄 공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김씨 등은 성폭행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해왔다.

신안 여교사 성폭행 피고인들. 중앙포토

신안 여교사 성폭행 피고인들. 중앙포토

김씨의 경우 처음엔 성폭행 혐의도 부인했으나 경찰이 유전자(DNA) 분석 결과를 제시하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DNA 분석을 통해 김씨 등이 여교사를 성폭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피해 여교사는 이 사건으로 1년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상해를 입었다.

이에 검찰은 ‘성범죄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며 김씨 등에게 징역 17∼25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1차 범행(준강간미수)의 공모 부분에 대해 무죄를, 2차 범행(강간)의 공모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 12∼18년을 선고했다.

성폭행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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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등 피고인 3명은 1심 판결 후 '양형이 너무 무겁다'며 모두 항소했다. 이에 검찰은 “죄질에 비해 낮은 형이 나와 양형이 부당하다”며 즉각 항소했다. 또 “피고인들의 사전 공모 혐의 부분에 있어 일부 무죄로 판시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항소심 역시 1차 범행의 공모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오히려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 등으로 형량을 징역 7∼10년으로 감형함으로써 형량의 적정성을 놓고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성범죄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법원의 판결이 너무 관대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당시 네티즌 등은 범행을 전후로 서로 전화를 하거나 억지로 술을 먹여 피해자를 관사까지 데려가 범행한 점 등에서 공모 가능성이 큰데도 이 부분을 일부 무죄로 판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대법원의 원심 파기 결정으로 피고인들의 형량은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의 환송 취지에 따라 1차 미수 범행도 공모에 의한 것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범죄특례법에 따르면 2명 이상이 합동해 범행을 저지르는 ‘특수(준)강간죄’의 형량은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으로 살인죄와 맞먹는다.

광주고법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조만간 후속 재판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광주고법 관계자는 "미수에 그친 1차 범행은 공모 사실이 보이지 않아 무죄를 내린 것인데 이 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이어서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신안=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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