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드는 KPGA 상금 … 선수들은 ‘의리샷’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최경주(앞쪽)가 지난 25일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포토콜에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최진호·황중곤·주흥철·강성훈·노승열(왼쪽부터 시계 방향) 등 후배들과 찍은 셀카 사진. [사진 KPGA=연합뉴스]

최경주(앞쪽)가 지난 25일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포토콜에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최진호·황중곤·주흥철·강성훈·노승열(왼쪽부터 시계 방향) 등 후배들과 찍은 셀카 사진. [사진 KPGA=연합뉴스]

시즌 막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총상금이 5억원 줄었다. 이로써 올시즌 총상금은 139억5000만원이 됐다. 지난 주말 국내에서 열렸던 PGA 투어 더CJ컵의 총 상금(104억원)의 137% 수준이다. KPGA 측은 “11월 2일부터 열리는 카이도 투어챔피언십 총상금이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고 발표했다. 우승 상금도 2억원에서 1억 원으로 줄었다.

총 139억원 … PGA 대회 1개와 비슷 #시즌 최종전 카이도 투어챔피언십 #스폰서 자금 사정으로 상금 반토막 #최경주 인비테이셔널도 작년 고전 #현대해상 후원으로 정규대회 유지 #최경주와 의리 지키려 강성훈 출전

대회 스폰서인 카이도골프 코리아가 회사 사정을 이유로 상금 조정을 요청했다. KPGA는 긴급이사회를 열어 카이도골프 코리아 측 요청을 받아들여 상금 축소 안건을 의결했다. KPGA 박호윤 사무국장은 “그나마 대회를 열어 마지막 대회를 치르는 게 중요하다고 이사들이 판단했다”고 말했다.

올해 남은 KPGA 대회는 26일 경남 김해의 정산 골프장에서 개막한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과 시즌 최종전인 카이도 투어챔피언십이다. 최경주 인비테이셔널도 곡절이 많다. 지난해엔 후원사를 구하지 못해 기존에 마련된 1억원에 입장료 수입을 합쳐 대회를 치러야 할 처지였다. ‘정규대회로 인정받으려면 대회 총상금이 최소 3억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KPGA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다행히 대회 직전 현대해상 측이 후원을 결정해 총상금 5억원으로 대회를 치렀다. 올해는 현대해상이 지원금을 늘려 총상금 7억5000만원이 됐다. 현대해상 측은 선수들이 하루라도 더 연습할 수 있도록 프로암을 열지 않았다. 한국에서 프로암은 타이틀 스폰서가 대회를 여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데 현대해상은 이 특권을 포기했다.

대회 호스트인 최경주도 팔을 걷어붙였다. 최경주 재단은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전원(114명)의 참가비(1인당 11만 원)를 대납했다. 정산 골프장은 최경주가 원하는 코스를 만들어줬다. 그린을 빠르고 단단하게 했고, 경기를 치르지 않는 나머지 9홀에 연습장을 만들어줬다.

최경주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PGA 투어에서 뛰는 강성훈(30)과 노승열(26)이 출전했다. 노승열에겐 군 입대 전 마지막 대회다. 특히 강성훈은 이 대회와 인연이 깊다. 2013년 PGA투어 시드 획득에 실패하고 의기소침 하던 강성훈은 최경주에게 전화를 걸어 대회 초청을 부탁했다. 최경주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런데 강성훈이 덜컥 우승했다. 자신감을 찾은 그는 다음 대회였던 한국오픈에서도 우승하면서 KPGA 코리안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이후 PGA 투어 카드도 땄다. 강성훈은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내 골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대회다. 대회장이 바뀌긴 했지만 이 대회 출전하면 좋은 기억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강성훈의 아버지가 캐디를 맡았다. 그는 “아버지와 거의 10년 만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성적에 무척 신경을 쓰시더라”고 말했다. 강성훈은 첫날 2언더파를 쳤다.

강성훈은 PGA 투어에 가려는 후배들에게 “PGA투어는 각 대회마다 이동거리가 멀어 많이 힘들다. 코스마다 날씨도 다르고 잔디도 다르다. 일본 투어나 미국 2부 투어보다는 아시안 투어를 뛰어 본다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 지역에서 대회가 개최돼 단련이 되고, 날씨나 잔디 변화 역시 미리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PGA투어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해=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