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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 주목한 경기 남양주시 복지시스템 인기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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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에 사는 지선(7·가명)양은 선천성 희귀 난치질환(파타우 증후군)을 앓고 있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차상위 계층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자라는 지선양은 치료비 부족에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남양주시와 시민 등의 도움으로 안정적으로 치료받고 있다.

남양주시 별내희망케어센터 내 ‘기부식품나눔마켓’에서 직원들이 기부 물품을 진열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남양주시 별내희망케어센터 내 ‘기부식품나눔마켓’에서 직원들이 기부 물품을 진열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24일 남양주시에 따르면 별내행정복지센터는 센터 내에 있는 민간복지기관인 별내희망케어센터와 함께 지난 2월 개청과 동시에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전수조사를 실시, 지선양의 안타까운 사연을 파악했다.

남양주시 희망케어센터 ‘희망하우스 집수리 봉사단’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취약계층의 집을 수리해 주고 있다. [사진 남양주시]

남양주시 희망케어센터 ‘희망하우스 집수리 봉사단’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취약계층의 집을 수리해 주고 있다. [사진 남양주시]

차상위 계층 본인 부담 경감 신청 등 공적지원과 동시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희귀난치아 의료비 지원사업’ 등에 추천해 1800여 만원의 치료비를 지원했다. 지선양의 할머니 신모(67)씨는 “손녀의 병원 치료를 도와주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응원편지와 간식 지원까지 받고 있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석우 경기 남양주시장(왼쪽)이 지난 8월 31일 시장실에서 마르코 다길리오 OECD 공공혁신 프로젝트 팀장(왼쪽 세번째)에게 '남양주 희망케어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남양주시]

이석우 경기 남양주시장(왼쪽)이 지난 8월 31일 시장실에서 마르코 다길리오 OECD 공공혁신 프로젝트 팀장(왼쪽 세번째)에게 '남양주 희망케어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남양주시]

남양주시는 민간과 협력해 지선양 같은 취약 계층을 돕는 ‘희망케어 시스템’ 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 4월부터 시행 중인 이 제도는 관 주도의 기존 복지제도와 달리 민과 관이 협력하고, 시민이 시민을 돕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기 남양주시가 지난 8월 31일 남양주시청에서 마르코 다길리오 OECD 공공혁신 프로젝트 팀장 등에게 남양주 ‘희망케어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남양주시]

경기 남양주시가 지난 8월 31일 남양주시청에서 마르코 다길리오 OECD 공공혁신 프로젝트 팀장 등에게 남양주 ‘희망케어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남양주시]

관내 8개 행정복지센터(읍·면·동사무소)는 ‘희망케어센터’와 함께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주민을 찾아 지원한다. 남양주시는 민간이 운영하는 희망케어센터에 행정센터 내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일정액의 운영비도 지원한다. 행정센터에는 건강생활지원센터·미소금융·기부식품나눔마켓·신용회복 법률상담 등 보건과 복지에 관련된 민간기관도 배치해 다양한 복지·보건 서비스가 한 자리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희망케어센터 지원 내용. [남양주시 제공]

희망케어센터 지원 내용. [남양주시 제공]

민간 복지사 48명이 365일 복지 사각지대를 살피고 13만7478명의 자원봉사자가 돕는다. 시민의 기부도 있다. 지난해의 경우 외출보조·간병·의료지원·상담 등 8개 분야, 30종류의 서비스 27만4484건을 제공했다. 시민 후원금도 24억여 원이나 모였다.

2007년 4월 민관 협력 ‘희망케어 시스템’ 시작 # 국내 처음으로 민관 협력 보건ㆍ복지 지원 # # 최근 OECD 공공혁신 프로젝트팀장 벤치마킹 # 8개 책임 읍ㆍ동 ‘복지 허브화 사업’으로 진화 #전문가 “관계 민관 관계자 전문성 강화 필요”

자원봉사자인 ‘희망 매니저’ 한영수(66·여)씨는 “일주일에 3∼4차례 혼자 사는 노인 등 저소득층 가정을 찾아 차량을 이용해 병원에 함께 가거나 주민센터에 같이 방문해 일처리를 돕고,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도 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케어센터 서비스 신청 및 제공절차. [남양주시 제공]

희망케어센터 서비스 신청 및 제공절차. [남양주시 제공]

이 제도를 통해 돌봄을 받는 시민의 수는 지난해만 8만3423명이다. 1만1124명의 기초수급자를 비롯해 차상위 계층 4만8631명, 저소득 계층 2만3668명 등이다. 지난해 12월 말 시 전체 인구 66만8696명의 12.5%에 해당한다. 강태일 남양주시 희망케어팀장은 “이 제도는 공공 보건·복지에서 소외된 차상위와 저소득 계층을 집중적으로 도와 이들이 수급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 주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성과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마르코 다길리오 공공혁신 프로젝트팀장이 지난 8월 말 남양주시를 찾아 이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해 소외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희망케어 시스템은 다른 국가에 권장할 만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이석우 남양주시장. [사진 남양주시]

이석우 남양주시장. [사진 남양주시]

이석우 시장은 “희망케어센터는 10년간 국내외 총 190개 기관, 1742명이 벤치마킹했다”며 “보건복지부가 2012년 ‘희망복지지원단’을, 경기도가 2010년 ‘무한돌봄센터’를 가동하는 등 6건의 유사복지모델이 탄생하는 등 대한민국 대표 복지제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8개 행정복지센터와 희망케어센터를 중심으로 복지플랫폼을 완성해 어려운 처지의 시민들이 집 가까이서 꼭 필요한 보건·복지 서비스를 맞춤혐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경숙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복지의 부족한 부분을 없애기 위해 민과 관이 협심해 복지사각 지대에 놓인 지역주민들에게 맞춤형 보건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의미가 크다”며 “남양주 관내의 희망케어 사업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해당 민·관 관계자의 전문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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