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서 세분화로 … 중국 자동차 시장 ‘디자인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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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 공략에 가장 공을 들여온 부분은 디자인이다. 중국에서 새 차량이 출시될 때마다 ‘중국 현지 맞춤형 디자인’이라는 말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 역시 옛말이 됐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지속해 온 디자인 전략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화려한 외양, 넉넉함 선호는 옛말 #요즘엔 획일적 디자인에 거부감 #업체들 성별·모델별로 차별화 전략

‘중국 현지 맞춤형 디자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화려함과 큰 실내공간이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 본격 진출한 15년 전에도 화려함과 넉넉함이 대세였다. 현대·기아차는 이에 맞춰 글로벌 시장에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디자인 요소보다는 화려한 디자인 요소들을 넣어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 날개모양(윙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 날렵한 헤드램프 조형 등을 중국 제품에 적용한 것이다. 또한 실내 공간도 동급 최고 수준의 제원을 갖추도록 개발했다.

같은 제품이라도 중국에 출시될 제품은 휠베이스(차량의 앞바퀴 차축과 뒷바퀴 차축 간의 거리)를 최대한 늘려 덩치를 키웠다. 또한 고급 편의사양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반영해 다른 국가 모델보다 고급 편의사양을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황사를 비롯한 미세먼지를 막아주기 위해 공기 청정 기능도 탑재된다.

링동

링동

이외에도 중국 모델은 다른 국가 모델보다 지상고를 높인 것도 특징이었다. 중국의 열악한 도로 사정을 고려해 차량 하부의 훼손을 방지하고, 승차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링동(사진)’이란 이름으로 출시된 신형 아반떼도 이에 맞춰 지상고를 10㎜ 높여 출시됐다.

그러나 더는 이런 단순화한 디자인 전략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디자인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감수성이 더 예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차구매고객 조사 전문 업체인 IRC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은 C세그먼트 SUV 차량 구매 시 디자인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답한 비율이 53%에 달했다. 이는 주행성(40.4%)이나 경제성(35.9%) 등 다른 구매 기준들을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특히 2012년 같은 조사에서 디자인을 선택한 응답비율이 45% 였던 것과 비교하면 4년 사이 비율이 8%포인트나 상승했다. 단순히 ‘화려함’이나 ‘넉넉함’만으로는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어렵게 된 것이다.

때문에 중국 현지 자동차 브랜드들은 자체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며 독자적인 디자인을 구현하고 있다. 동시에 대형 컬러 LCD와 고급가죽·금속 등 고가의 부품 및 소재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고급 내장재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외 합자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위기의 시기에 더 적극적으로 중국 디자인 전문가를 연이어 영입한 것도 이에 대한 대응이다. 다른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도 모델별 디자인을 세분화하며 맞서고 있다. 혼다의 경우 같은 브랜드이면서도 합작회사마다 디자인을 차별화한다. 둥펑혼다 XR-V는 섬세한 디자인으로 여성 고객을 공략하고, 광치혼다 베젤은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남성 고객을 집중공략하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중국 소비자들도 취향이 다양해지고 시장도 커지면서 과거의 획일적인 디자인 전략으론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 며 “ 디자인 방향에 맞게 소재와 구성 등도 세분화해서 완성도를 올려야 하고, 특히 적절한 타이밍에 발빠르게,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윤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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