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9차 당대회까지 자제하며 기다렸다" 시진핑에 청구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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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북한 추가 도발에 군사옵션 경고, 시 주석엔 대북 압박 요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한ㆍ중ㆍ일 방문을 앞두고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22일(현지시각)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북한에 대해 매우 중요한 뭔가를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면서다. 그는 “우리는 아주 좋은, 특별한(exceptional) 관계”라고 과시도 했다. 반면 북한을 겨냥해선 “우리는 무엇이든 준비돼 있다”며 “우리가 만약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얼마나 완전하게 준비됐는지 안다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대북 군사옵션을 거듭 강조했다. 핵ㆍ미사일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북 경고이자 시 주석에겐 강력한 대북 압박을 주문하는 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유튜브 화면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유튜브 화면 캡쳐]

"시 주석 좋은 사람, 당 대회까지 현안 거론 자제" 친분 과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폭스뉴스에서 “시 주석은 19차 당 대회를 통해 역대 지도자들이 갖지 못했던 대단한 것(권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그는 그럴 자격이 있는 좋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런 후 “솔직히 말해 나는 시 주석에게 그걸 얻을 때까진 (북한 문제 등) 현안은 자제하겠다(keep the things low-key)고 말해줬다”고 공개했다. 이어 “중국은 정말 북한과 관련해 우리를 돕고 있다. 북한과 금융시스템을 차단했고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석유거래도 줄였다”며 “과거에 없던 처음 있는 일”이라고 칭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북한으로 가는 물자의 93%가 중국을 통해 들어간다. 중국은 큰 나라다. 시 주석은 북한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뭔가를 할 수 힘을 갖고 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공군총장 "B-52 핵무기 장착 비상대기 태세 준비"

북한에겐 보다 직접적인 군사적 경고를 보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무엇이든 준비돼 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준비돼 있다”며 “그걸(군사옵션을) 쓰지 않는 게 좋지만 하지만 그런 일(군사옵션 사용)이 벌어지는 것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데이비드 골드파인 미 공군 참모총장은 "우리가 준비가 돼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모습"이라며 1991년 냉전종식 이후 26년 만에 B-52 전략폭격기의 핵무기 장착 출격 준비태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기지에서 군사전문지 디펜스원과 인터뷰에서 "비상대기 명령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비한 준비가 진행 중"이라며 "미·소 양극체제는 끝났지만 핵전력을 보유한 다른 상대들이 있는 상황에서 임무를 올바로 수행할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늘을 나는 요새(Strato Fortress)로 불리는 B-52 전략폭격기

하늘을 나는 요새(Strato Fortress)로 불리는 B-52 전략폭격기

트럼프 북핵 해결 압박위해 북·중 혈맹 갈라치기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는 시 주석과 예외적인 친분을 과시하며 북핵 해결을 압박하기 위해 과거 혈맹인 중국과 북한을 분리해 갈라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시 주석에겐 19차 당대회로 인해 그간 대중 현안에 대해 자제했으니 북 비핵화에 본격 나설 것을 촉구하는 청구서 성격도 띄고 있다. 실제 미 정부는 중국산 철강ㆍ알루미늄 반덤핑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거나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여부에 대해 결론을 미뤄왔다. 대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표결 등에서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 카드로 활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부터 중국과 경제전쟁을 주장해온 대중 강경파인 스티븐 배넌 전 수석전략가를 백악관에서 내보내기까지 했다.

폭스뉴스 인터뷰 "시 주석과 아주 좋은, 특별한 관계" #"북한관련 매우 중요한 일할 수 있는 힘 가졌다" #대북 옵션 "얼마나 완전히 준비됐는지 알면 충격일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유튜브 화면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유튜브 화면 캡쳐]

뉴스위크 "트럼프, 키신저 제안처럼 미·중 빅딜 시도 가능성"

뉴스위크 최신호는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 중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제안한 핵 포기-북미수교ㆍ주한미군 철수를 맞교환하는 ‘그랜드바겐 ’같은 과감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보도했다. 잡지는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한 달동안 대중국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오랜 친구인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난 것은 중국 정부에 제정신인 사람이라고 보내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북핵 해결에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보다 나은 옵션인 외교적 해법으로 대담한 행동을 할 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잡지도 “키신저의 제안 가운데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은 북한 정권이 존속하는 한 상상할 수 없으며, 비무장지대(DMZ) 이북으로 미군을 보내지 않는다는 게 미국의 최대치”라고 분석했다.
경제적 갈등은 미ㆍ중 간 전략적 합의의 타결 가능성을 더 낮게 한다.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19차 당 대회를 보면 시진핑 주석은 2025년까지 제조업 완성을 외치며 자국 기업 보호주의, 민족주의를 훨씬 강화해 트럼프 정부와 충돌하는 문제가 너무 많다”며 “대북 금융제재를 강화하는 수준이면 몰라도 두 정상이 어떤 합의도 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북 금융 또는 에너지 봉쇄를 강화하는 수준이 현실적으로 최대치란 뜻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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