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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 안 물어요" 개에 물려 사망때 견주 처벌 알고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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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데 … 입마개 안 한 반려견 공포 

“우리 아기(반려견)는 안 물어요.”

한일관 대표 사망 계기 개 관리 논란 #맹견 사육, 영국선 법원 허가받아야 #사망 사고 땐 견주에게 최대 14년형 #한국은 규정 모호하고 처벌도 느슨 #전문가 “모든 반려견 입마개 필요”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하지 않고 거리를 나서는 ‘반려족’은 대개 이렇게 주장한다. 실제는 다르다. 유명 한식당인 한일관의 대표가 최근 이웃의 반려견에게 물린 뒤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례에서 보듯 개에게 물리는 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개에게 물리는 사고는 2014년 568건, 2015년 759건이며 지난해에도 723건에 이른다. 농협경제연구소는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만큼 ‘반려견 공포’도 늘고 있다.

직장인 김연미(39·여)씨는 “반려족은 자신의 개가 귀엽겠지만 개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많다”며 “입마개는 물론 목줄 없이 반려견을 풀어놓는 사람도 많아 산책을 나가기도 어려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씌우지 않는 행위는 대개 불법이 아니다. 반려견을 데리고 외출 시 목줄을 매는 건 의무화됐지만 입마개를 하도록 강제한 건 ‘맹견’뿐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이 정한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바일러와 그 잡종, 그 밖에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큰 개 등 6종이다.

문제는 개에게 물리는 사고가 위에서 정한 맹견 이외에 다양한 견종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맹견으로 정해진 개의 종이 지나치게 한정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큰 개’라는 규정도 모호하다. 한일관 대표를 문 반려견은 ‘프렌치 불도그’인데 현행법상 맹견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사고 시 반려견 주인에게 책임을 무는 규정도 느슨하다.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 안전조치를 하지 않거나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으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무는 게 고작이다. 이 때문에 현재 반려견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상 사고는 형법상 과실치상·과실치사로 처벌된다. 과실치상의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과 구류 또는 과료, 과실치사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주요국은 맹견의 사육을 엄격히 제한하고 사고 발생 시 무거운 책임을 지우고 있다. 영국은 1991년 ‘위험한 개 법(Dangerous Dogs Act)’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이에 따르면 핏불테리어, 도사견, 도고 아르헨티노, 필라 브라질레이로 등을 특별 통제견으로 규정하고 이들 견종을 키우려면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또 공공장소에서 입마개 착용은 물론 대인 배상 보험 가입이나 중성화 수술, 마이크로칩 삽입을 의무화했다. 만약 개가 사람을 물어 상해를 입힐 경우에는 최대 5년, 사망에 이를 경우 최대 14년의 징역이 반려견 주인에게 선고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맹견 19종을 관리하고 특히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잉글리시 불테리어 등 4종은 소유할 수 없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맹견의 범위를 늘리고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은 어린이 보호시설과 유원지·공원 등 많은 사람이 찾는 시설에 맹견 출입을 금지하고 사람을 공격해 상처를 입힌 맹견은 소유자 동의 없이도 격리할 수 있는 조항을 추가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맹견뿐 아니라 모든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필수로 씌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애견 전문가인 강형욱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인 보듬컴퍼니의 블로그에서 “모든 반려견에게 입마개 적응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위협적인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채우는 것은 학대가 아니다”며 “물고 싶어 하는 반려견에게 물 수 있게 하는 것은 교육도 친절도 아닌 방임이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이민영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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