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 해산” 초강수 … 45만명 항의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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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스페인이 카탈루냐 자치권 박탈을 위한 헌법 155조를 발동한다고 밝힌 21일 바르셀로나에선 독립활동가들의 구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EPA=연합뉴스]

스페인이 카탈루냐 자치권 박탈을 위한 헌법 155조를 발동한다고 밝힌 21일 바르셀로나에선 독립활동가들의 구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EPA=연합뉴스]

스페인 정부가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했던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대해 결국 ‘핵 옵션(nuclear option)’을 선택했다. 자치정부를 해산하고 6개월 이내에 선거를 해 새 지방정부를 구성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45만여 명이 바르셀로나에서 시위를 열고 반발하고 있어 무력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라호이 총리 “자치권 박탈은 아니다” #6개월 내 선거로 새 지방정부 구성 #자치경찰도 중앙정부서 관할 준비 #카탈루냐 수반 “불법조치 수용 못해”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21일(현지시간)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헌법 155조를 발동하기로 결정했다. 1978년 제정된 헌법 155조는 중앙정부에 불복종하거나 헌법을 위반하는 자치정부를 상대로 정부가 자치정부 해산과 자치 경찰 장악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핵 옵션’으로 불린다. 17개 지방으로 구성된 스페인에서 정부가 자치권 박탈을 위해 이 조항을 발동한 것은 처음이다.

라호이 총리는 “카탈루냐 지역의 법치를 회복하고 경제활동과 공공서비스를 보장하는 한편 시민권을 보호하기 위해 전례 없는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치정부 해산이 선거를 통해 새 자치정부가 구성되기 전까지의 과도기적 조치인 만큼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계속 박탈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 등 분리·독립을 주도한 정치인들을 축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정부는 헌법 155조 발동안을 상원에 제출하고, 상원은 27일 정도까지 전체 회의를 열어 처리할 예정이다. 상원은 집권 국민당이 다수인 데다 주요 야당도 동의하고 있어 통과에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스페인 내무부는 카탈루냐 자치경찰인 모소스 데스콰드라를 중앙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의회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푸지데몬 수반은 TV 연설에서 “프란시스코 프랑코 군부독재 이후 카탈루냐에 대한 최악의 공격”이라며 “불법적인 조치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탈루냐는 프랑코 독재 정권 시절 자치권을 박탈당하고 카탈루냐어 사용을 금지당하는 등 탄압을 받았었다. 푸지데몬은 다음주 자치의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겠다며 그 자리에서 독립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에선 정부의 조치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자유” “독립” 등을 외치고 카탈루냐 깃발을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불법이라고 판결했던 헌법재판소 사이트는 해킹을 당했다.

영국 가디언 등은 스페인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최대의 헌법적 위기가 닥쳤다고 분석했다. 중앙정부가 접수하려는 자치경찰의 일부가 무력 반발에 나설 경우 1930년대 스페인 내전 이후 처음으로 무장 반란 사태가 초래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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