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심술 뚫고 … 토머스, 더CJ컵 19억 잭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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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저스틴 토머스가 한국에서 열린 첫 PGA 투어 대회인 더CJ컵에서 2차 플레이오프 끝에 초대 챔피언이 됐다. 한글로 이름을 새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활짝 웃는 토머스(가운데). 왼쪽은 이재현 CJ 회장, 오른쪽은 제이 모나한 PGA 커미셔너. [제주=연합뉴스]

저스틴 토머스가 한국에서 열린 첫 PGA 투어 대회인 더CJ컵에서 2차 플레이오프 끝에 초대 챔피언이 됐다. 한글로 이름을 새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활짝 웃는 토머스(가운데). 왼쪽은 이재현 CJ 회장, 오른쪽은 제이 모나한 PGA 커미셔너. [제주=연합뉴스]

저스틴 토머스(24·미국)가 22일 제주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에서 연장 끝에 마크 레시먼(호주)을 꺾고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이븐파, 합계 9언더파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PGA 투어 첫 우승컵에는 떠오르는 토머스의 한글 이름이 새겨졌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나인브릿지의 바람은 선수들을 괴롭혔다. 한라산 쪽에서 구름을 몰고 온 바람은 골프장을 휘돌아 나갔다.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는 “도무지 이 곳의 바람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는 “골프장 바람은 여기 사는 까마귀 떼만 안다”고 말했다. 자꾸 변하는 것이 더 문제다. 맞바람이다 싶으면, 옆바람으로 바뀌고 어드레스하는 와중에도, 공이 날아가는 중에도 방향이 변한다.

우승트로피에 한글이름 PGA 투어 #토머스, 레시먼과 연장전 끝 우승 #두 번째 PO 용감하게 2온 성공 #“장타 비결은 정확히 맞히는 것” #김민휘 4위, 안병훈 공동 11위

파 3인 17번홀.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 탓에 선수들이 샷을 하지 못하고 주저했다. 공동 선두인 토머스와 레시먼 모두 그 바람 때문에 보기를 했다. 토머스는 “바람이 많고 나무도 많아 돌풍에 회오리가 인다. 거리 조절이 어렵다. 7번 아이언으로 128야드 밖에 나가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린에서는 더 어렵다. 퍼트 중 바람 방향이 바뀌면 공의 구르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타이밍이 완벽하지 않으면 퍼트를 성공시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연장 첫번째 홀에서 샷을 하는 토머스. 강풍 속에도 많은 갤러리가 경기장을 찾았다. [제주=연합뉴스]

연장 첫번째 홀에서 샷을 하는 토머스. 강풍 속에도 많은 갤러리가 경기장을 찾았다. [제주=연합뉴스]

파 5인 18번 홀에서 두 선수는 드라마틱한 샷을 날렸다. 2온에 성공하려면 맞바람이 부는 호수를 넘어 아일랜드 그린을 향해 샷을 해야 한다. 레시먼은 261야드 거리에서 홀 4m에 공을 붙였다. 토머스는 236야드에서 홀 3m 지점에 공을 떨어뜨렸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이글 퍼트는 넣지 못했다. 승부를 가리기 위해선 연장전을 벌여야 했다.

플레이오프에 들어가서는 연장전 1패를 기록 중인 레시먼과 연장전 경험이 없는 토머스 모두 실수를 했다. 먼저 티샷한 레시먼은 OB가 될 뻔한 슬라이스를 냈다. 장애물에 클럽이 걸린다는 이유로 두차례 구제를 받은 끝에 나무 사이로 공을 빼내 3m 버디 기회를 잡았지만 넣지 못했다. 토머스도 세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렸다가 파세이브했다.

같은 홀에서 열린 두번째 플레이오프에서 승패가 갈렸다. 레시먼은 두 번째 샷을 그린을 둘러싼 호수에 빠뜨렸다. 토머스는 용감하게 2온에 성공했다. 그는 “이곳까지 와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충분히 올릴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버디를 잡아낸 토머스가 레시먼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레시먼은 2006년 국내 투어에서 뛰었다. 지산 오픈에서 당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1라운드 최저타인 11언더파를 기록한 끝에 10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PGA 투어에선 평균 타수 4위를 기록하며 2승을 거뒀다. 레시먼은 “(코스가 좁고 OB가 많은) 한국에서 뛰면서 공을 똑바로 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슬라이스를 내면서 우승을 놓쳤다.

두 선수는 지난 9월 PGA 투어 델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에서도 마지막 날 공동 선두로 경기를 시작했다. 9홀까지 레시먼이 2타 앞섰지만 후반 9홀에서 그는 40타를 기록하면서 3위로 밀려났다. 당시에도 토머스가 역전 우승했다.

조던 스피스의 친한 친구로 알려졌던 토머스는 이제 최고의 스타로 뜨고 있다. 지난 시즌 5승을 거두면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던 토머스는 이날 우승으로 최고 선수의 반열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내년에 스피스에게 같이 오라고 권유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스피스의 일정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키 1m78㎝, 몸무게 70㎏의 토머스는 큰 체구가 아닌데 장타자로 불린다. 지난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이 309.7야드로 8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도 353야드인 8번홀과 비슷한 거리인 14번홀에서 나흘 내내 1온을 시도했다. 장타 비결에 대해 토머스는 “장타 비결을 딱 잘라 말할순 없지만 정확하게 공을 맞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골반 회전이 PGA투어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25% 정도 빠른 편이다.

김민휘

김민휘

토머스는 이날 우승상금 166만5000달러(약 19억원)를 받았다. 메이저대회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외하곤 가장 상금이 많다. 준우승한 레시먼은 11억원을 받았다. 6언더파 4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김민휘(25)는 상금 5억283만원을 받았다. 안병훈(25)은 한 때 2타차로 선두를 추격했지만 13번홀(파3)에서 더블파를 기록하며 합계 4언더파 공동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제주=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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