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국적자 급증, 8만6000명 육박…악용 사례 제한도 필요”

중앙일보

입력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국적업무출장소에 민원을 보고 있는 주민들. 박종근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국적업무출장소에 민원을 보고 있는 주민들. 박종근 기자

우리나라 국적과 다른 나라 국적을 동시에 가진 복수국적자가 8만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태섭 의원 국감자료 #“복수국적자, 국익ㆍ인권 차원에서 운용돼야…”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을 기준으로 정부가 파악한 복수국적자는 8만5965명이었다.

우리나라가 결혼 이민자 등을 대상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내용의 국적법 개정 이후 복수국적자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1만5235명에서 2012년 2만6846명, 2013년 4만442명, 2014년 5만3111명, 2015년 6만4633명, 지난해 7만7116명으로 늘어났다.

한국은 복수국적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왔다. 그러나 2011년 1월 다양한 글로벌 인재의 육성과 유치를 명분으로 국적법을 개정해 복수국적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새 국적법은 ‘원정 출산’을 제외한 선천적 외국 국적 취득자, 결혼 이민자, 65세 이상 재외동포로서 국적 회복을 하려는 자 등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복수 국적을 허용한다.

복수 국적을 인정받으려면 국내에서는 우리나라 국민 신분으로만 활동하고 외국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서’를 법무부에 제출해야 한다.

복수국적을 허용한 사유는 ‘외국에서의 출생’이 3만8012명(44%)으로 가장 많았다. ‘혼인에 따른 한국 귀화’가 3만2882명(38%)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외국 국적 취득 후 한국 국적 회복’이 9862명(12%), ‘외국 국적의 포기 불가’가 2393명(3%)으로 뒤를 이었다.

현재 복수국적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한 사람은 총 5만5570명이다. 베트남 국적자가 2만1925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미국 1만5959명, 중국 3502명, 필리핀 3051명, 캄보디아 3016명 순으로 조사됐다.

다만 외국 국적과 우리 국적을 동시에 보유하면서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제 복수국적자의 규모는 정부가 파악한 것보다 큰 것으로 관측된다.

금태섭 의원은 “국익과 인권 차원에서 복수국적제가 운용돼야 하며 국민의 권리만 누리고 의무를 기피하는 악용 사례에 대한 제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