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요트·슈퍼카 '부유세' 대상서 빼자 좌파 '부자 감세'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중앙포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중앙포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세제개편안으로 ‘부유세’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정치권이 각자의 입장에 따라 반대해 진통이 예상된다.
18일(현지시간) 하원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지난 17일 2018년도 세제개편안을 제출했다. 의회의 조세개편안 심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른바 ‘부유세’로 불리는 연대세(ISF)의 개편이 논란을 낳고 있다.
마크롱 정부는 1989년 사회당 정부가 분배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도입한 연대세를 28년 만에 부동산 보유분에만 부과하기로 했다. 자산에 대한 투자지분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130만 유로(17억원 상당)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개인에게 ‘자산에 대한 연대세’(ISF)라는 세금을 부과해왔다.
좌파 정당들은 정부가 부유층이 소유한 요트, 슈퍼카, 호화 귀금속 등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 데 대해 반발했다. 극좌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와 중도좌파 사회당 등은 ‘부자 감세’라고 비판했다. 호화 사치품을 소유한 최상류층에 정부가 조세 회피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보조금 감축안도 서민 부담을 가중한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일부 여당 의원 사이에서도 “요트와 보석류 등 사치재는 경제의 생산성 제고와 별 관계가 없다”고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연대세의 완전폐지를 주장해온 제1야당 공화당은 정부가 세목 자체를 없애지 않고 부동산세로 축소하는 것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감세 기조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연대세 개편은 놓고는 여론도 갈라져 있다. 여론조사업체 오독사 등이 지난 5일 발표한 조사 결과 연대세의 부동산세로의 전환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은 반반이었다. 정부가 연대세 과세 대상에서 요트, 고급승용차, 보석류를 제외한 데 대해선 응답자의 84%가 반대했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하원 예결위 브리핑에서 “개편안에는 오래전부터 우파진영에서 바라던 법인세 감면계획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감세안이 담겼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연대세에서 요트와 보석류 등을 제외한 데 대해선 부유층 자산가와 기업가의 ‘엑소더스’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야당은 물론 집권당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자 “수정할 여지는 있다”고 물러섰다. 르메르 장관은 전체 가구의 80%에 주민세 감면 혜택이 돌아간다며 서민층의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는 현 33.3%인 법인세율을 2022년까지 25%로 감축하는 한편, 연대세 개편과 주민세 감축 등으로 내년에 110억 유로(약 14조4000억원)의 세금을 덜 걷는다는 방침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