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 노조위원장 쓴소리 “고임금 가능했던 이유는 독점과 갑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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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 오른쪽은 지난 7월 울산 2공장 모습[연합뉴스]

이상범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 오른쪽은 지난 7월 울산 2공장 모습[연합뉴스]

이상범 현대자동차 전 노조위원장이 2015년 전현직 노조위원장의 해외 자동차 공장 방문한 뒤 느낀 ‘해외공장 보고서’를 지난 9월 자신의 블로그(blog.daum.net/jilgoji)에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씨는 1987년 2대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전 위원장은 해외공장 시사점에서 “노사 모두 변해야 미래가 있고, 현재와 같은 대립적 노사관계로는 회사 미래는 물론 한국자동차 산업의 미래도 걱정된다”며 “특히 성과를 나누는 문제에 대해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생산성과 품질 원가 면에서 노조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완성차 업체의 노사는 소비자의 불만과 협력업체의 원성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며 “2·3차 납품업체 경영진이나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직원 대다수가 완성차 업체에 대해 적개심에 가까운 표현을 서슴지 않는 것은 완성차 노사를 갑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모·대립적인 노사관계로 우리(현대차) 스스로 발목을 잡으면서도 고임금, 고복지, 고성과금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동안 내수시장에 대한 독점적 지위와 협력업체에 과중하게 고통을 부담시킨 결과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 전 위워장은 “우리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강제당하거나 퇴출이 기다리고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노조 지도자들은 동반자적 노사관계를 지향해야 하며, 우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망해봐야 정신 차린다’는 말을 충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 만 이 전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 내가 쓴 글에 대한 전체 맥락을 보지않고 일부분만 편향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됨으로써 본래의 순수한 뜻이 왜곡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며 “노사 어느쪽을 편들거나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다만, 상생과 공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고심끝에 퇴직을 앞두고 전체 구성원 모두에게 남기고자 하는 쓴소리요, 충언이었던 것이다”고 밝혔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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