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풀 “삼성·LG 세탁기에 50% 관세 매겨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미국 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피했지만, 다음 ‘발등의 불’은 세탁기 문제다.

미국 ITC에 세이프가드 조치 요구 #현지 공장용 부품에도 과세 주장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따르면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공청회를 앞두고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자국의 세탁기 산업을 위해 필요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해달라는 의견서를 ITC에 제출했다.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란 특정 상품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규제할 수 있는 무역장벽의 일종이다. 주요 타깃은 한국 가전 업체들이다.

월풀은 이 보고서에서 삼성과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에 대해 3년간 50%의 관세를 부과해 달라고 요청했다. 월풀은 또 삼성과 LG가 미국에 공장을 지어 단순 조립공장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서 부품에 대해서도 50%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와 가전업계는 19일 공청회의 분위기가 월풀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하도록 최대한의 대응논리를 마련하는 중이다. 삼성과 LG가 미국 현지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미국 업체가 생산하지 않는 프리미엄 세탁기는 세이프가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논리 또한 그중의 일부다.

이와 더불어 한국 정부와 가전업계는 ITC에 세이프가드로 세탁기 가격이 오르면 최종 피해는 미국 소비자들이 입을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세이프가드에 부품까지 적용되면 굳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지을 이유가 없다”며 “여러 갈래로 대응책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언론도 세탁기에 대한 지나친 세이프가드는 자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여론을 형성 중이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16일 “ITC가 월풀의 손을 들어줄 경우 21세기 글로벌 경제와 보조를 맞추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전업계는 월풀의 시장 점유율이 2014년 41%에서 지난해 38%로 하락한 데다, 특히 드럼세탁기 부문에서 LG에 뒤진 것이 이번 세이프가드 청원 계기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 세탁기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성장하는 사이, 한국 업체까지 미국 내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자 위기감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이창균 기자 jwsh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