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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안전업무는 비정규직 금지···文정부 일자리로드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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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2년까지 현재 19.5%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비중을 9.1%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를 위해 기간제법을 현행 '기간 제한(2년)' 방식에서 '사용 사유 제한' 방식으로 바꾼다.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는 원칙적으로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할 방침이다. 민간에선 혁신형 창업과 사회적 경제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고용 안전망을 강화하면서도 민간의 혁신 역량을 키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공식화 #실업급여 확대 등 고용안전망 확충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 속도 내고 #민간은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지원키로 #규제 있어도 일단 사업화 돕는 방안 포함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18일 오후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가운데 3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과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의결했다.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이미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토대로 임기 내 추진할 정책을 구체화한 것”이라며 “일자리 정부에 걸맞은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약속의 의미”라고 말했다.

10월 18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 3차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0월 18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 3차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로드맵은 5대 분야, 10대 중점 과제, 100대 정책 과제로 구성됐다. 5대 분야는 ▲일자리 인프라 구축 ▲공공 일자리 창출 ▲민간 일자리 창출 ▲일자리 질 개선▲맞춤형 일자리 지원이다. 이에 따라 공공일자리 81만명 확충, 혁신형 창업 촉진 등 10개 중점과제를 정했다.

우선 정부는 재정·세제·금융·조달·인허가 등 국정 운영의 정책수단을 일자리 중심으로 재설계할 계획이다. 고용영향평가를 대폭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에 세제정책금융 지원을 집중시키는 방법이다. 실업급여 지급 기간 등 고용보험 보장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수준으로 개선한다. 이 부위원장은 “특수형태 고용종사자 등 일자리 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대폭 축소해 노동자의 삶을 폭넓게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공공일자리 81만 명 확충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경찰·부사관·생활안전 등 국가직 10만 명, 소방·사회복지·가축방역 등 지방직 7만4000만 명을 충원한다. 사회서비스 분야는 보육·요양 등 수요가 많고 시급한 인력을 중심으로 34만 명을 더 뽑는다.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비정규직 사용이 가능한 사유를 예외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노동자 인정범위를 확대하고, 합리적 차별사유 인정 범위는 축소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도 개편한다.

자료:일자리위원회

자료:일자리위원회

이 부위원장은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을 확립하고, 노력·성과·보상 간 연계성을 강화해 직무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받는 공정임금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청구권을 확대하는 방안도 구체화됐다. 현재는 임신이나 육아를 이유로만 사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가족 돌봄이나 학업, 교육훈련까지 확대된다.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에 초점을 맞춰온 것과 달리 이번엔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역량을 키우는 쪽에도 힘을 실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이다. 사회적경제는 구성원이 직접 참여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민간의 경제적 활동을 말한다.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공헌 등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협동조합이 대표적이다.

2000년부터 정부가 사회적경제 지원책을 마련해 추진해왔지만 시장은 아직 미성숙 단계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한국의 사회적기업 고용비중은 1.4%로 6.5%인 유럽연합(EU)의 22% 수준에 불과하다”며 “EU 수준으로 육성하면 130만명가량의 추가 고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점에 정부가 사회적경제에 주목한 건 고용창출이나 고용안정, 유휴인력 활용 등 순기능이 많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은 일반법인에 비해 취업유발 효과가 크다. 산출액 10억원당 취업유발계수는 협동조합이 38.2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12.9명)에 비해 3배 이상 크다. 이 차관보는 “경력단절여성이나 은퇴자 등 유휴인력의 노동시장 진입을 돕고, 이를 통해 소득 및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자료:일자리위원회

자료:일자리위원회

정부가 발표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은 금융 인프라 구축과 및 판로 지원이 핵심이다. 우선 정부는 신용보증기금에 사회적경제 지원 계정을 신설해 향후 5년 내 최대 5000억원까지 보증 공급이 가능하도록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보증 지원 한도는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늘리고, 보증 대상도 마을기업과 자활기업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만 대상이다. 정책자금 안에는 사회적기업 총액 대출목표를 신설해 점차 액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성장사다리펀드 내 사회투자펀드(가칭)를 조성해 전용 투자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판로 개척도 돕는다. 우선 국가계약 낙찰기준에 사회적 가치 반영 원칙을 신설(국가계약법 개정)한다. 종합심사낙찰제도 심사기준의 ‘사회적 책임’ 가점은 1점에서 2점으로 상향 조정한다. 정부와 지자체에 사회적 경제기업 제품 우선구매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사회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상업화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도 지원을 늘린다. 이를 위해 모태펀드에서 출자해 소셜벤처 등에 투자하는 1000억원 규모의 임팩트펀드를 내년 중에 신설한다.

김정수 여사가 7월 4일 오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소재 사회적기업 누야하우스를 방문 장애인들과 대화하고 있다.청와대제공

김정수 여사가 7월 4일 오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소재 사회적기업 누야하우스를 방문 장애인들과 대화하고 있다.청와대제공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이익을 공유하는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도 키운다. 이 차관보는 “불공정행위를 줄이는 등 상생 모델로서의 잠재력이 있지만 진출 분야가 편중돼 있는 등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다”며 “업종별 적합도를 따져 협동조합 설립공모와 운영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로드맵에는 혁신형 창업을 집중 육성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우선 정부는 벤처확인제도를 민간주도로 개편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보증·대출 실적보다는 투자·연구개발·신기술을 중심으로 민간전문가가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꾼다는 의미다. 창업 실패에 따른 연대보증은 내년 상반기 중 폐지한다.

창업가의 재기를 지원하는 취지로 정책금융 연대보증 면제대상을 7년 이상 모든 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교수·연구원의 창업을 돕고, 우리사주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담았다. 교수의 창업휴직기간을 늘리고, 대학평가 시 창업실적도 폭넓게 반영한다. 기업근로자에 한해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적용하는 우리사주 세제 지원은 창업·벤처기업에 한해 1500만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신산업·신기술에 대한 규제혁신 3종 세트도 선을 보였다. 우선 안 되는 것만 나열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입법을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혁신 신제품은 규제가 있어도 일단 사업화를 할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고, 인증 기준이 없는 신제품도 6개월 내 시장 출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패스트트랙 인증제’는 더 확대한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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