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주유할인 줄어든 이유? 알고보니 정유사 꼼수 탓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드사의 주유할인 혜택이 줄어들고 있다. [중앙포토]

카드사의 주유할인 혜택이 줄어들고 있다. [중앙포토]

카드사의 주유 할인 혜택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현대카드의 경우 2014년 전월 사용 사용액 '10만원 이상'이면 1리터당 70원까지 할인해주던 데서 2015년엔 전월 카드 실적 '30만원 이상 시 할인'으로 조건을 강화했다. 그리고 2016년 이후부터는 리터당 할인이 아닌 ‘이용 금액의 5%’로 할인해주는 카드가 나오고 있다.

[생활국감]

따져보자. ‘주유 금액 5% 할인’이 ‘리터당 70원 할인’보다 손해일까? 2016년 당시 평균 주유 가격은 휘발유가 1402.6원, 경유는 1,182.5원이었다. 휘발유 1ℓ를 주유하고 ‘주유 금액 5%’로 할인 혜택을 적용하면 1리터당 70.13원을 아낄 수 있다. ‘리터당 70원’ 할인 카드와 비교하면 0.13원 더 할인받는 거지만 1원 차이도 안 난다. 휘발유의 경우 할인 혜택은 비슷한 셈이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위치한 상평주유소에서는 휘발유를 전국 최저가인 리터당 1249원에 판매하고 있다. [중앙포토]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위치한 상평주유소에서는 휘발유를 전국 최저가인 리터당 1249원에 판매하고 있다. [중앙포토]

반면 경유는 다르다. 1182원에 경유 1ℓ를 주유할 때 주유 금액 5% 할인 금액은 59.12원으로 리터당 70원 할인보다 ‘10.88원’ 할인을 덜 받는다. 한 달에 20만 원가량 경유를 주유한다고 가정할 때 2400원가량 할인 혜택이 줄어든다. 개인도 있지만, 카드사 입장에선 작지 않은 차이다.

정유4사 재무제표상 영업이익 현황 [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템]

정유4사 재무제표상 영업이익 현황 [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템]

카드사가 주유 할인을 줄이는 이유는 뭘까.

GS칼텍스ㆍS-OILㆍ현대오일뱅크ㆍSK 등 정유 4사는 2016년 한 해 5조 275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주유할인 카드에 대한 정유사 부담금은 오히려 감소했다.

최근 3년간 주유카드 할인 분담금 비율 [자료제공=더불어민주당 박찬대의원실]

최근 3년간 주유카드 할인 분담금 비율 [자료제공=더불어민주당 박찬대의원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주유 카드 할인금액 820억 원 중 정유업체의 분담금이 262억 원으로 전체 32.1%를 차지했던 것이 2015년에 218억으로 19.9%로 줄었다. 특히 2016년엔 전체 주유 카드 할인액이 1373억 원으로 늘었음에도 정유업체 부담금은 198억 원에 그쳐 분담 비율이 14.6%로 2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반대로 카드사들의 부담액 증가로 이어졌다. 카드업체 주유 카드 할인 분담금은 2014년 510억에서 2015년 830억, 2016년 1125억 원으로 늘었다. 카드 업체 관계자는 “정유업체 측과의 분담금 관련 계약이 해마다 조금씩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정확한 변경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 [출처=박찬대 의원 블로그]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 [출처=박찬대 의원 블로그]

박찬대 의원은 “작년 한 해 정유사 영업이익이 최고점을 찍은 상황에서 할인부담금을 줄인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카드사의 부담감 증가로 할인혜택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일반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