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추행한 계부, 항소심서 감형…친엄마는 사실혼위해 선처 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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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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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을 성추행한 의붓아버지가 징역 4년이 선고된 원심을 깨고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로 감형됐다.

재판 과정에서 친어머니는 사실혼 유지를 위해 딸을 성추행한 남편의 선처를 탄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9)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 명령은 원심과 같이 유지됐다.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새벽 자택에서 2년간 동거한 여성의 중학생 딸 B양을 흉기로 위협하고 성추행했다.

B양은 A씨가 잠깐 화장실에 간 틈을 타 달아날 수 있었고, 결국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B양은 2차례에 걸쳐 A씨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자신을 성추행한 의붓아버지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B양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길 원하는 B양의 어머니의 뜻에 따라 탄원서가 작성돼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의탁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어머니밖에 없어서 어머니의 강력한 뜻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머니는 지속해서 피고인의 선처만을 탄원하며 임의로 피해자 명의의 합의서를 작성해 제출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양이 어머니를 통한 합의 과정에서 오히려 2차 피해를 봤다고 판단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하지만 16일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녀를 양육해야 할 위치에서 나이 어린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했고 추행 정도가 중해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로부터 용서받는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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