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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문 대통령, 미 행정부 강경파 인사 의견도 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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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대북 외교적 노력은 ‘첫 번째 폭탄’이 투하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섬뜩하다. 그가 강조한 건 외교적 노력이긴 하나 대표적 대화파이자 전쟁이 아닌 대화를 외쳐야 할 미국 외교수장의 입에서 ‘첫 번째 폭탄’이란 거친 표현이 나온 것 자체가 마음에 걸린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이란 핵협정 불인정을 시사하면서 “이는 북한에 대한 완벽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협상하더라도 핵 동결이 아니라 비핵화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런 마당에 문재인 대통령은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결정자 대신 미국의 대화파 인사와 의회 의원들 이야기를 주로 듣는다고 하니 여간 걱정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2번 미 외교안보 관련 인사들과 만났다. 이 중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인사는 매슈 포틴저 미 백악관 선임보좌관, 조셉 던퍼드 미 합참의장, 그리고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 등 3명이 전부다. 나머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방향과는 직접 관련 없는 상·하원 의원과 싱크탱크 관계자들이었다. 더욱 우려되는 건 문 대통령이 자기 뜻과 맥을 같이하는 대화파 인사들을 주로 접촉하는 듯하다는 사실이다. 어제 만난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도 워싱턴의 대표적인 비둘기파다. 갈루치는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 미 측 수석대표로 북핵 제네바 합의를 끌어냈다.

미국의 대북 강경파 목소리가 거세지는데 자칫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만 계속 들으면 균형감각을 잃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다음달 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대화밖에 모른다”는 불평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판이니 군사옵션 지지자들도 만나 다른 의견을 듣는 게 옳다. 예부터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