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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묘한 거리 두기, '독전' 조진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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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독전' 조진웅 인터뷰

'독전' 현장, 조진웅 /사진=라희찬(STUDIO 706)

'독전' 현장, 조진웅 /사진=라희찬(STUDIO 706)

━원호는 형사로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수사에 매달린다. 시나리오에서는 그 이유를 ‘부담감’이라 설명하는데. 
“원호가 왜 수사를 계속하는 걸까 나 자신에게 물었을 때, 그게 꼭 ‘왜 사냐’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계속되는 하루하루는 어느덧 과거가 되고,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지 않나. 누구나 그렇게 일상에 떠밀려 살아가는 거지. ‘부담감’이라는 말도 결국은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

━원호를 포함해 모든 등장인물을 끝까지 의심하게 하는 이야기다.
“장르의 틀을 따라가는 범죄 액션영화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만 정확하게 따라가면 될 줄 알았는데 와, 그게 아니더라.”

━어떤 점에서?
“관객은 기본적으로 이 선생의 정체를 쫓는 원호의 시점으로 극을 따라가게 된다. 원호가 자전거를 타고 간다 치면, 끝이 보이지 않는 내리막길을 내달릴 때쯤, 그 자전거에 브레이크가 없다는 사실을 관객이 알아차리게 해야 한다. 원호에 동화돼 영화를 보다가, 순간적으로 ‘어, 원호가 왜 이러지?’ 느끼게 해야 하는 거지. 원호와 관객 사이에 그 미묘한 거리를 만드는 것이 이 영화만의 도전이자 매력이다.”

 '독전' 현장, 조진웅 /사진=라희찬(STUDIO 706)

'독전' 현장, 조진웅 /사진=라희찬(STUDIO 706)

━원호는 마약밀매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위장 수사에 나선다. 일종의 ‘연기’를 하는 셈이다.
“연기는 예술이다. 예술은 인위적인 것, 그래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행위다. 해가 떠오르는 광경이 아름답다고 해서 그걸 ‘예술’로 치지는 않는다. 자연이니까. 인간이 그것을 그럴듯하게 재현했을 때 비로소 ‘예술’이라고 하지. 원호는 ‘재현’의 차원을 넘어 위장 수사에 몸을 던지지 않나. 배우로 치면 답이 없는 거다. 연기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나한테 오면 그 차이를 가르쳐 줄 텐데(웃음).”

━류준열과의 호흡은.
“재간둥이다. 센스 만점이다. 내가 ‘준열아’만 해도, ‘선배님, 오케이!’ 한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독전' 현장, 조진웅 /사진=라희찬(STUDIO 706)

'독전' 현장, 조진웅 /사진=라희찬(STUDIO 706)

━이해영 감독과의 작업은.
“감독님이 이런다. ‘진웅 씨, 거기서 원호의 감정이 복합적인데, 지금보다 안타까움을 한 ‘꼬집’ 더.’ 내가 ‘뭐요? ‘꼬집’? 양념해요?’ 그랬다. 크크크. 근데 그런 시도야말로 이 영화만의 풍미를 더하는 도전이자 고집이다. 그런 재미가 살아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사진=라희찬 (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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