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님, 전 이 집에서 발길이 안 떨어집니다" 애원한 피해 여중생 아빠

중앙일보

입력

서울 중랑경찰서는 13일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의 얼굴을 공개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마스크도 씌우지않았고 수갑 찬 손목도 가리지않았다.이씨는 이날 오전 중랑경찰서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뒤 호송됐다. [조문규 기자]

서울 중랑경찰서는 13일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의 얼굴을 공개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마스크도 씌우지않았고 수갑 찬 손목도 가리지않았다.이씨는 이날 오전 중랑경찰서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뒤 호송됐다. [조문규 기자]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어금니 아빠'의 손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부모가 스스로 이영학의 집을 찾아내고, 사다리차를 동원하며 경찰 수사를 간절히 애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SBS는 이영학 사건의 피해자 김 양(14)의 부모가 '피해자의 행적을 좇아 CCTV를 확인한 건 자신들이었다'고 말한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CCTV 확인 과정에 대해서 "형사가 그런 거 아니다. 제가 교회에 들어가서 '애를 잃어버렸다' 구구절절 설명해 CCTV 보게끔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영학의 집을 찾아내는 것도 형사가 아닌 부모가 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딸의) 친구를 불러서 '너 혹시 (이영학 딸) 집 아니?'라고 물어봤고, '안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데려다 달라'고 요청, 경찰과 함께 집 앞을 찾아갔다.

경찰이 밝힌 이영학 사건 시간대별 활동사항에는 사다리차를 동원해 내부 수색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여기에 나온 사다리차도 피해자 부모가 사설 업체를 이용해 직접 불렀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애 아빠 친구가 사다리차를 해요. 사다리차를 우리가 사설로 불렀어요"라고 말했다.

경찰도 사정이 있었다. 영장이 없어 집 내부 수색을 할 수 없었던 것. 그러나 김 양 부모는 경찰에 사정해 겨우 내부 수색을 했다고 전했다. 김 양 아버지는 '(딸이) 없으니까 이 집 하고는 연관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경찰에게, "형사님, 전 이 집에서 발길이 안 떨어집니다"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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