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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핫 이슈] '개구리 논쟁'으로 불 붙은 패러디 유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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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정치지도자들이 패러디의 대상이 된 것은 우리나라가 그만큼 성숙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인 만큼 너무 지나친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youu1015)

"대통령을 무례하게 비판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적절치 않다."(billy)

사이버 공간이 때 아닌 '개구리 논쟁'으로 와글와글하다. 지난 22일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개구리에 비유하는 발언을 하면서부터다. 당장 한나라당 홈페이지 게시판은 네티즌들의 설전으로 뜨거웠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할 소리를 했다"는 입장인 반면 반대자들은 한나라당을 두꺼비.까마귀.구더기.아메바 등으로 묘사하며 역공격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 인터넷 조인스닷컴을 비롯한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도 개구리 논쟁에서 비롯된 패러디 유머가 등장, 양측의 대립각이 날카롭다.

盧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네티즌들은 여권이 개구리 비유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웃으며 한 농담에 대해 왜 이리 광분하나", "민주주의에서 기분 나쁜 얘기를 했다고 시비를 거는 것은 잘못", "개구리처럼 행동하는 것을 개구리라고 했는데 무슨 비하 발언인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ID가 bigmtlim인 네티즌은 "개구리면 다행이다. 盧대통령은 럭비볼과 같아 어디로 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라고 유머의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것은 구시대적이라는 주장과 함께 한나라당 비유를 '촌철살인'이라고 지적하기도 있었다.

"맞습니다. 맞고요! 정확한 표현입니다"(sewlee),"개구리란 단어에 집착하지 말고, 전체의 뜻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성을 잃고 욕설이나 하는 것은 잘못"(ppoo)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청와대는 청개구리들의 무리란 뜻"이라며 청와대(靑蛙隊)로 표기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반면 盧대통령 지지 성향의 네티즌들은 다양한 패러디 유머를 통해 한나라당을 두꺼비.황소개구리.파충류 등으로 몰아붙이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몸집이 크고 늙어서 몇 걸음 못가 쉬어야 하고 얼굴이 두껍다"며 두꺼비로 묘사하는가 하면, "무조건 상대와는 반대로 한다"며 청개구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모든 게 다 개구리로 보이며, 극도의 혐오감과 불안감을 조성한다"(파충류) "덩치가 크고, 먹는 걸 좋아하는 데다, 하는 일마다 매우 위험하다"(공룡)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며, 무슨 행동을 할지 뻔히 알 수 있다"(아메바)는 비판도 있었다.

또 "세수나 목욕할 생각을 안 하면서 자기가 깨끗한 줄 안다"(까마귀) "떼로 몰려다녀 백해무익하고, 음산한 곳을 좋아한다"(바퀴벌레) "멀리서 보기는 진짜 같아도, 실제로는 가짜다"(허수아비)는 등의 주장도 나왔다.

"외환위기를 초래한 한나라당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듯이 딴소리를 늘어놓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개구리한테 선거에서 진 한나라당은 파리들이냐"(woon3600)는 냉소도 있었다.

ID를 '노무현'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개구리 묘사에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개혁을 이뤄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희망사항으로 "개구리를 닮았다고 하면 '거울을 치우고 보라'고 대꾸하는 여유와 재치가 있는 재미있는 정치를 보고 싶다"며 "청와대와 관료, 민주당 관계자들의 팀 플레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찬반 논란 속에 당사자인 한나라당 측은 개구리 논쟁이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대선 패배 뒤 네티즌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공을 들여온 사이버 홍보 전략이 물거품이 될 위기"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