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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해군 한국이 창설 돕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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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 해군 창군을 지원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20일 "해군 창설을 위해 고속정을 제공하고, 군사고문단을 파견하는 문제를 카자흐스탄 측과 조만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해군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하다 퇴역시킨 600t급 실습선을 1946년 넘겨받아 첫 전투함으로 개조해 썼던 우리 해군이 60년 후에 다른 나라에 해군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출발은 우리와 비슷하다. 우선 우리 해군이 사용하다 수명이 거의 끝난 노후 고속정 세 척을 싸게 넘겨받을 것 같다. 광복 후 미 해군고문단이 한국에서 해군 창설을 도왔던 것처럼 해군 교관 등 군사고문단 파견도 부탁했다. 해군 교리 제공 및 함정수리소 건설 지원도 요구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카자흐스탄 국방부 간부들이 한국 해군을 모델로 삼고 싶다며 이같이 요청해 왔다고 한다.

성사되면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에 군사 외교가 힘을 보태는 모양이 될 전망이다. 카자흐스탄의 원유 매장량은 약 38억t(275억 배럴)으로 세계 7위 수준이다. 오는 9월에는 한국석유공사 등으로 구성된 국내 컨소시엄이 카자흐스탄의 카스피해 인근 지역인 잠불 유전(매장량 6억~8억 배럴 추정) 개발권을 최종적으로 얻는다. 국내 기업의 카자흐스탄 석유 개발은 이것이 첫 케이스다. 고속정이 가면 앞으로 대형 함정과 수리 부속품의 수출길도 열리게 된다.

카자흐스탄이 해군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도 석유 때문이다. 이 나라는 내륙국이라 해군이 필요 없었다. 현재 육군 4만6000여 명과 공군 1만9000여 명이 있다. 그러나 카스피해 연안의 석유가 속속 확인되며 유전 보호를 위해 해군 보유가 절실해졌다.

남은 난제는 고속정 수송이다. 가는 길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대형 화물선에 배들을 싣고 동남아 해역→인도양→지중해→흑해를 거쳐 볼가강까지 운반해 카스피해로 들어가야 한다. 최소 추정 비용이 8억원이다. 카자흐스탄은 배의 수송까지 요청했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번에 도와주면 향후 필리핀이나 베트남에 우리 함정을 수출할 때 수송 부담까지 떠맡는 전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46년 미국에서 퇴역 함정을 받을 때는 해군 요원을 뉴욕항에 보내 함정을 고친 뒤 이를 몰고 왔다고 한다. 국방부는 장기저리 차관 형태로 수송비를 지원하는 방안이 가능한지 관련 부처와 검토하고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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