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영학 집 갔다가 2번이나 철수...늑장대처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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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이영학. [연합뉴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연합뉴스]

경찰이 이영학에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 A양의 실종신고를 받고 두 차례나 이의 집까지 갔다가 그대로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관할 경찰서장에게는 실종신고가 들어오고 나흘 뒤에야 보고가 이뤄졌다.

최초 신고받고 2시간 40분 조사

12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피해자 A양의 실종신고가 접수된 날짜는 9월 30일 밤 11쯤이다. 이에 경찰은 다음 날인 1일 새벽 2시 40분까지 A양의 휴대전화가 꺼진 지역을 뒤졌다. 그러나 소득이 없자 퇴근했다.

1일 오후 다시 나온 경찰은 밤 9시쯤 A양의 부모로부터 A양이 이의 집에 놀러 갔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지만, 바로 이의 집을 찾아가지는 않았다.

경찰이 이의 집에 간 것은 다음 날인 2일 오전 11시쯤이다. 당시 경찰은 인기척이 없고, 문이 잠겨있다는 이유로 그대로 돌아왔다.

경찰은 뒤늦게 이가 아내의 자살방조 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오후 5시 30분쯤 다시 이영학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때도 경찰은 다른 혐의점이 없다며 현장에서 철수했다.

관할지 중랑경찰서 서장은 추석 당일인 4일 오전 11시 30분에야 첫 보고를 받았다. 경찰의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 따르면 실종신고를 받은 관할 경찰서장은 즉시 현장출동 경찰관을 지정해 탐문 수색하도록 돼 있다. 경찰의 초기 대응과 늦은 보고에 비판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 사건 발생과 경찰 대응의 시간순 나열

9월 30일 12:20 - A양, 이영학 집 들어감
9월 30일 15:40 - 이영학 딸, 외출(첫 번째 외출)
9월 30일 19:46 - 이영학, 딸 데리러 외출
9월 30일 20:14 - 이영학과 딸 동시에 귀가
9월 30일 23:00 - A양 실종신고 접수
9월 30일 23:00 - 경찰, A양 행방 조사 시작
10월 1일 02:40 - 경찰, 조사 중단 퇴근
10월 1일 11:53 - 이영학 딸 외출(두 번째 외출, A양 살해 추정 시간)
10월 1일 13:44 - 이영학 딸 귀가(두 번째 외출, A양 살해 추정 시간)
10월 1일 17:30 - A양 부모, 경찰에 A양이 이영학 집 갔다고 알림
10월 2일 11:00 - 경찰, 이영학 집 방문, 철수
10월 2일 17:30 - 경찰, 이영학 집 재차 방문, 철수
10월 4일 11:30 - 경찰, 서장에 보고

여중생 살해범으로 지목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경찰 현장검증 장면. 신인섭 기자

여중생 살해범으로 지목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경찰 현장검증 장면. 신인섭 기자

경찰, A양 사망 추정 다음 날 이영학 집 방문

이와 이의 딸 진술과 폐쇄회로(CC)TV 등을 바탕으로 한 경찰 조사결과를 종합해 보면, A양은 사건 발생 첫 날인 9월 30일 낮 12시 20분쯤 이의 딸과 함께 이의 집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의 첫 날인 이날 A양에게 수면제를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의 딸은 다음날인 1일 오전 11시 53분쯤 집을 나갔다가 오후 1시 44분 귀가했다. 경찰은 이의 딸이 집을 비운 바로 이 시간 동안 이가 A양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양이 이의 집에 간 다음 약 24시간, 또 경찰이 실종신고를 받고서도 약 13시간 동안은 생존해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경찰은 A양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일 이후인 2일에야 이의 집에 두 차례가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나온 셈이다.

12일 경찰은 프로파일러 6명을 투입해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오는 13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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