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진드기’ 의심신고 와중에 80대 아내 사망, 남편은 중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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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진드기. [중앙포토]

살인 진드기. [중앙포토]

경기도 남양주지역에서 ‘살인 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의심 신고가 접수돼 보건당국이 정밀 조사 중이다. 80대 노부부에게 살인 진드기 의심 증세가 나타나 아내가 숨지고 남편은 중태다.

남양주 보건당국, 혈액 채취 정밀 조사 중 #집 주변 텃밭 방역, 결과는 2주 뒤 #올들어 8월 말까지 31명 사망 #지난 해 같은 기간 대비 244% #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작은소피참진드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병이다. 감염되면 고열과 구토, 설사 등 감기와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치사율이 30%대에 이른다. 이 때문에 작은소피참진드기는 살인 진드기로 불린다.

살인 진드기. [중앙포토]

살인 진드기. [중앙포토]

12일 남양주시 등에 따르면 별내면에 사는 남편 A씨(81)와 아내 B씨(84)는 지난 2일 몸이 가려우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몸살감기와 비슷한 근육통과 발열 증세가 나타나 병원에 입원했다.

살인 진드기 이미지. [연합뉴스]

살인 진드기 이미지. [연합뉴스]

그러나 아내는 증세가 호전되지 않다가 지난 8일 숨졌고, 남편은  현재 위독한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보건당국은 이에 따라 이들의 혈액을 채취해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는 2주 뒤 나온다.

앞서 이들을 진료했던 병원 측은 “이들에게 벌레 물린 자국이 있고 혈소판 수치가 줄어드는 등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의심 증세가 있다”며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남양주보건소 관계자는 “이들 부부의 집 주변에 텃밭이 있어 일단 방역했다”며 “농약을 뿌리는 텃밭 등에는 살인 진드기가 살 확률이 낮아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질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정밀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2013년 국내에서 처음 확인돼 17명이 사망했으며 2014년에는 16명, 2015년에는 21명, 지난해에는 19명이 각각 목숨을 잃었다.

최근에는 전남 해남에서는 지난 8월 23일 농업에 종사하는 80대 노인이 발열증세로 광주의 한 종합병원에서 SFTS 양성판정을 받고 치료받다 증상 악화로 숨졌다.

같은 달 14일에는 현역 군인이 살인진드기에 물려 병원으로 이송, 입원한 지 4일 만에 숨졌다. 경기 포천 육군 모부대에 근무하는 부사관(43)이 같은 달 11일 휴가 도중 경북 울진에서 고열에 시달리는 증세를 보여 인근 의료원 응급실을 거쳐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으나 혈소판이 급속도로 축소되면서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작은소피참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환자와 사망자 수가 올들어 지난 8월 말까지 139명, 31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1%, 244% 증가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진드기 매개 감염병을 예방하려면 농작업이나 야외활동을 할 때는 긴 옷 등으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남양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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