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취해 모친·이모 살해…살인혐의 '무죄'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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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환각 상태에서 어머니를 흉기를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살인 혐의에 대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마약 급성 중독에 따른 심신 상실'이라는 피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마약을 투약한 혐의만 인정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차문호 부장판사)는 12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20)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치료감호를 선고하고, 존속살해·살인·공무 집행 방해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미국 명문대 장학생으로 입학 예정이었던 A씨는 지난해 8월 21일 오후 4시 34분께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부엌에 있던 흉기로 자신의 어머니(52)와 이모(60)를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LSD(Lisergic acid diethylamide)는 환각효과가 강한 마약류로 LSD가 흡착된 스티커를 물에 넣어 용해한 다음 마시거나 스티커를 입안에 넣어 녹여 먹는 방법으로 투약한다. 사진은 검찰에 적발된 LSD 스티커 마약(오른쪽 아래). [연합뉴스]

LSD(Lisergic acid diethylamide)는 환각효과가 강한 마약류로 LSD가 흡착된 스티커를 물에 넣어 용해한 다음 마시거나 스티커를 입안에 넣어 녹여 먹는 방법으로 투약한다. 사진은 검찰에 적발된 LSD 스티커 마약(오른쪽 아래). [연합뉴스]

당시 A씨가 휘두른 흉기로 어머니와 이모는 숨졌고, 집 안에 함께 있던 아버지는 방 안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 뒤 112에 신고해 화를 면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열흘 전 한 모텔에서 친구가 건네준 마약류인 엘에스디(LSD)를 투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측은 범행 당시 LSD복용에 따른 환각 상태에 빠져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 상실의 상태였다며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LSD복용으로 자기 행동을 통제할 능력이 상실된 상태에 이르러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LSD가 가장 강한 마약성을 가진 환각제로 투약하면 환각이나 우울, 불안, 공포, 판단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빗대 양형 이유를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LSD복용에 따라 피해망상, 환각 비현실감 등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났고, 이후 열흘 동안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돼 범행 당시 그 증상이 극도로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LSD를 1회 흡입한 행위만으로도 어머니와 이모가 잔혹하게 희생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해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피고인이 제정신이 된 이후 줄곧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자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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