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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파밸리에 대형 산불 … 최대 와인산지 피해 확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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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유명 와이너리 시그나렐로 에스테이트에 보관 중이던 와인병이 불에 탄 모습. [캘리포니아 AFP=연합뉴스]

유명 와이너리 시그나렐로 에스테이트에 보관 중이던 와인병이 불에 탄 모습. [캘리포니아 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미 최대 와인산지인 나파밸리 일대에서만 최소 10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한인이 몰려 사는 남부의 오렌지카운티에도 대규모 대피령이 내려졌다.

자연발화 가능성 … 강풍 타고 번져 #3개 마을 비상사태, 캠퍼스 폐쇄 #한인 밀집 오렌지카운티도 대피령 #이재민 2만여 명, 최소 10명 사망

캘리포니아주 삼림·산불 보호국에 따르면 8일 밤(현지시간) 나파밸리 인근 칼리스토가에서 시작된 산불은 9일 오후 17개의 산불로 갈라지면서 소노마 카운티에서 7명, 나파 카운티에서 2명, 덴도시노 카운티에서 1명의 사망자를 냈다. 소노마·나파·유바 카운티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지역신문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한밤중에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30m가 넘는 화마로 돌변해 들판과 고속도로를 뛰어넘어 삽시간에 북 캘리포니아 전역으로 퍼졌다”면서 “주민들은 자동차 열쇠와 애완동물만을 챙겨 차를 타고 도망치기 시작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번 산불은 자연 발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는 지난 3월 이후 한 번도 비가 오지 않아 매우 건조한 상태였다.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은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9일 밤 현재 산불 피해 면적은 11만9032 에이커(약 481㎢)에 이른다. 산불에 맞서 수백 명의 소방관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시속 80㎞의 강풍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현재로선 어떤 수단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피해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나파 카운티 등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역에서 주민 2만여 명이 대피했고, 건물 1500채가 전소했다. 시그나렐로 에스테이트, 스태그스 리프 등 나파밸리의 유명 와이너리도 건물과 포도밭이 불에 타는 등 피해를 입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산불로 236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341억 달러(약 38조원)의 소매 거래가 이뤄지는 캘리포니아의 와인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산 와인은 미국 와인의 85%를 차지한다. 게다가 마침 포도 수확 철에 산불이 발생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 아직 포도밭의 25%가 미수확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인 밀집지역인 캘리포니아 남부의 오렌지카운티도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캐년 파이어 2호’로 명명된 이번 산불로 인해 지역 내 몇몇 대학과 초등학교는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캠퍼스를 폐쇄했다. 일부 주민들은 산불에 따른 연기로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한인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서울=김상진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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