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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저소득층에 그림의 떡인 국민연금 추후납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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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납입 중지 기간의 추후 납부 및 분할 납부 문의합니다.’ ‘내 연금 가입기간 늘리기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경단녀 추납 문의합니다.’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 상담실에 이런 문의가 끝이 없다. 지난해 11월 전업주부가 과거에 안 낸 국민연금 보험료를 추후납부(이하 추납)할 수 있게 되면서 1000여 명이 온라인 상담실을 찾았다. 전국 109개 지사를 찾은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게다.

100세 시대에 국민연금 액수를 조금이라도 늘리려면 추납만 한 제도가 없다. 전업주부 못지않게 납부예외자에게도 추납은 중요하다. 사업중단·실직·사고·재해 등으로 인해 보험료를 낼 수 없어 일시 유예받은 사람들이다. 사정이 나아지면 보험료를 추납한다.

하지만 저소득층에게는 추납이 그림의 떡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 국감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올 6월 추납한 납부예외자 중 월 소득이 95만원 안 되는 사람이 16%에 불과하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소득이 95만원이면 보험료가 월 8만5500원인데 이 돈을 몇 달치, 몇 년치 추납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생계가 걱정인 이들이 10년, 20년 이후 ‘노후 빈곤’을 걱정할 처지가 못 된다.

납부예외자는 대부분 지역가입자다. 이들은 직장인에 비해 심한 차별을 받는다. 10명 미만 회사에 근무하는 월급 140만원 미만의 저소득 근로자는 보험료의 60%를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두루누리사업이다. 지난해 162만 명이 4434억원을 지원받았다. 재산을 따지지 않아 고액의 재산이 있어도 소득 조건만 맞으면 혜택을 받을 정도다.

그러나 저소득 자영업자를 비롯한 지역가입자는 혜택이 제로다. 추납하거나 신규 가입할 유인이 없다. 게다가 현 정부는 두루누리 지원을 받는 근로자에게 건강보험료까지 지원하겠다고 공약했고, 세부 방안을 만들고 있다. 이래저래 국민연금 납부예외자는 찬밥 신세다.

납부예외자들이 추납을 못하고, 그래서 노후 연금이 줄어 빈곤층에 편입되면 그 부담은 결국 정부에 돌아간다. 기초수급자가 되거나 차상위계층이 된다면 복지비용 부담이 더 크다. 약간의 마중물을 부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도록 돕는 게 현명하다.

이들의 불투명한 신고 소득이 걱정이라면 근로소득장려세제(EITC) 가입자 중 가구 소득이 연 1000만원이 안 되는 집부터 적용하면 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