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리 "카탈루냐 자치권 중단도 가능"…흰옷 입은 수천명 양측 대화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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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정부 간 대화와 협상을 요구하며 흰 옷을 입고 시위에 나온 스페인 주민들 [AP]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정부 간 대화와 협상을 요구하며 흰 옷을 입고 시위에 나온 스페인 주민들 [AP]

 지난 1일(현지시간)분리독립 투표를 실시한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자치 의회에서 분리독립 주민 투표 결과를 논의한 후 오는 10일(현지시간) 독립 선언을 할 것"이라고 예고한 가운데 스페인 중앙정부가 "자치권 중단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현지 언론 엘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이 허용하는 모든 결정이 가능하다"며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중단시키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았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10일 의회서 독립 선포 가능성 #스페인 정부, 자치정부 해산후 새 내각 구성 요구 전망 #시민 수천명 주말 집회 열고 양 측의 타협 요구

 스페인 헌법 155조에는 자치정부가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부과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스페인의 전반적 이익을 침해하려 할 경우 중앙정부가 필요한 모든 수단을 쓸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자치권 정지도 이에 포함된다. 현지 언론은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분리 독립을 선언할 경우 중앙정부가 자치정부 자체를 해산하고 새 내각을 뽑는 선거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리아노 야호이 스페인 총리

마리아노 야호이 스페인 총리

 스페인 헌법 재판소도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분리독립을 심의ㆍ의결하기 위해 9일 소집한 회의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자치의회는 불복한다는 방침이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은 10일 의회에서 연설할 예정인데, 독립을 선포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앙정부와 자치정부 간 대화와 협상을 요구하는 수천 명이 집회를 열었다.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7일 흰옷을 입고 손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고 조속한 협상을 촉구했다. 이들은 8일에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자치 깃발과 스페인 국기를 동시에 들고 양측의 대화를 요구했다.

8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집회

8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집회

 가디언에 따르면 카탈루냐 시민사회가 주도한 이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20세기 후반 카탈루냐로 이주해 온 비 카탈루냐 출신들이 자치정부의 독립을 위한 토론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정부 측 관계자인 엔리크 미요 카탈루냐 최고 파견관은 앞서 경찰이 분리독립 주민 투표를 막는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유럽연합(EU) 측도 양측의 대화를 촉구하고 있어 막판 협상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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