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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유령수술 중범죄로 처벌해야… 비윤리 의사 자체 징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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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호 12면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이병민 회장

2013년 쌍꺼풀과 코 성형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의식불명에 빠져 사망했다. 이를 계기로 일부 성형외과의 ‘유령수술(환자의 동의 없이 다른 의사가 수술하는 것)’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사건 당시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자체 조사를 거쳐 문제가 된 G성형외과를 고발했지만 유령수술과 관련한 민형사상 법정 다툼은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후 의료사고, 약물 오·남용 문제가 끊이지 않으며 성형외과업계를 향한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이병민(58) 회장을 지난달 26일 만났다. 이 회장은 “비윤리적인 불법행위는 법적으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의사회도 자체 조사와 더불어 계속 고발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993년 결성된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국내 첫 전문과목 개업의 모임이다. 이병민 회장은 “윤리적 문제는 적극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1993년 결성된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국내 첫 전문과목 개업의 모임이다. 이병민 회장은 “윤리적 문제는 적극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성형외과의 과잉진료·부실진료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술 기록을 조작한다든지 수술 전후 사진을 과장해 환자를 유인하는 등 개인의 일탈이나 범죄행위를 의사회 차원에서 근절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잘못된 관행과 비윤리적인 범죄행위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4년 G성형외과 의료사고를 계기로 대국민사과문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비양심적인 의료 광고, 불법적인 환자 유인·알선행위 등은 자체 조사와 징계를 통해 1차적으로 걸러내고 있다. 심각한 경우 관계 당국에 고발 조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사회 차원에선 회원 제명이나 학회 참석을 못하게 하는 등의 제재만 가능하지 의사 면허를 박탈할 수는 없다. 법적으로 제재해야 한다. 의학 기술은 선진국을 넘어섰는데 의료 윤리와 법적 제재 수준에 있어서는 아직도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인 의사에 의해 벌어지는 불법행위만큼은 법의 엄중한 심판과 제재가 있어야 한다.”
해당 병원은 유령수술·대리수술이 협진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법원은 이미 1983년 유령수술에 대해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후 유령수술을 하다 적발되면 의사로서 다시 재기하기 어려운 범죄행위란 인식이 자리 잡았다. 국내에선 3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런 인식이 없다. 유령수술은 의료법 위반이 아닌 형법상 ‘동의받지 않은 권한 없는 자의 불법 인체 침습행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의사회의 입장이다. 유령수술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상해죄나 살인죄 등의 중범죄로 처벌해야 한다. 의료사고는 특성상 내부 시스템이어서 밝혀지기가 쉽지 않다. G병원도 내부 의사가 양심선언을 했다. 환자의 권리를 위해 수술실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의사회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요청한 상태다.”
한국은 ‘성형 대국’ ‘성형 선진국’이라는 이중적인 평가가 있다.
“외적인 아름다움을 중시하면서도 미용 목적의 성형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사회나 미용 성형에 대한 수요는 있다. 하지만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최소한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엔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미치는 영향도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외모를 평가하는 일이 많아졌다. SNS에는 예쁜 사람, 잘생긴 사람만 있다. 여성들의 경제력이 올라가면서 요즘엔 남성들도 외모를 가꾸는 데 관심이 많다. 당사자에겐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의학의 범주로 보면 고전적인 의학이 병을 낫게 하는 치료 의학이다. 두 번째가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며 노화를 늦추는 웰빙 의학, 마지막이 심리적인 단계까지 가는 행복 의학이다. 미용 성형은 세 번째 단계다. 우리는 일상을 바꿔 일생을 바꾸려고 한다. 사회적으로 장려할 수는 없겠지만 자아실현의 한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성형업계의 과도한 홍보와 모객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건 아닌가.
“정부가 의료 산업화를 강조하며 수술 전후 비교, 후기 작성 같은 의료 광고 규제를 대폭 풀었다. 성형은 비급여 의료행위인데도 마치 건강과 관련 없는 상품처럼 여기고 부가가치세까지 과세한다. 이러다 보니 비전문의도 미용 성형에 뛰어든다. 성형외과 전문의 수는 2200여 명 수준인데 성형외과 진료를 보는 비전문의가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전에는 돌려보냈을 환자도 수술을 권유한다. 덤핑·이벤트로 모객을 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공정위가 수술 후 사진을 과다하게 보정한 의료기관 9곳을 허위·과장 광고로 과징금을 물렸다. 광고가 늘면 청소년들도 유혹에 빠진다. 10년 전만 해도 대학 입학 전 쌍꺼풀 수술이 유행이었는데 지금은 중학생까지 내려갔다. 부모를 설득해 돌려보내기도 한다.”
외국인들에겐 한국 성형 관광이 하나의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이전에는 중국에서 한국 성형 광풍이 불었다. 중국에서 환자도 오고 중국 의료진이 배우러 오기도 했다. 이 와중에 불법 브로커가 활동하거나 사무장과 결탁해 중국 의사가 국내 병원에서 수술하고 나가는 부작용도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 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과 협력해 정부 차원에서 해외 환자 유치업자를 신고제로 운용하고 관리하고 있다. 병원들이 불법행위를 발견하고 성실하게 신고했을 때 부가세를 덜어 주는 등의 방법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올해는 사드 영향으로 중국인 환자가 70~80% 줄었다. 그 자리를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메우고 있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할 것이란 이미지가 있는데 실제로 그런가.
“과거엔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였지만 요즘 경쟁이 치열해 그렇지도 않다. 서울 강남의 높은 임대료·광고비·인건비를 부담하느라 병원을 유지하기 어려운 의사들도 있다. 그럼에도 부정적 시선이 존재하는 것을 알고 있어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윤리적인 자정 활동이나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해 왔다. 2013년 눈꺼풀 처짐이 심한 저소득층 노인 100명에게 무료 재능기부 수술을 했고 2014년부터 아동복지단체 위스타트를 통해 국내 저소득층 아이들을 후원하는 활동을 의사회 차원에서 하고 있다. 저를 비롯한 100명이 넘는 의사회 회원이 개인이나 자녀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데 의사회 내부에 기부클럽이 따로 있다. 올해는 보육원 지원사업도 시작했다.”

2013년 눈·코 성형 여고생 숨져 #유령수술 논란 4년째 법정 다툼 #의료 산업 규정, 광고 규제 풀리자 #쌍꺼풀 유행 중학생까지 내려가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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