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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故김영애, 이영돈PD 보도로 매출 1500억 사업 접은 사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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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 스틸컷,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캡처]

[영화 '변호인' 스틸컷,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캡처]

JTBC의 첫 추석특선 영화 '변호인'에서 금지 서적을 읽었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아들을 둔 엄마로 열연한 고(故) 김영애의 생전 일화가 화제다.

김영애는 세상을 떠나기 전, 올해 초 연합뉴스와의 병상 인터뷰에서 "하고 싶은 연기를 하기 위해 황토팩 사업을 했었다"며 과거 사업에 도전했던 이유에 대해 밝혔다.

김영애는 "먹고 살기 위해 한 작품도 많다. 나 정말 일 많이 했다"며 "먹고 살기 위해 연기하고 싶지 않아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런 연기 왜 하느냐는 소리를 들을 때 정말 부끄러웠다"고도 고백했다.

2001년에 시작한 김영애의 황토 화장품 사업은 누적 매출 15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번창했다. 사업해서 번 돈 중 4억원을 기부한 일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故 김영애가 2006년 송필호 중앙일보 대표이사에게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1억원의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중앙포토]

故 김영애가 2006년 송필호 중앙일보 대표이사에게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1억원의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중앙포토]

잘 나가던 화장품 사업은 하루아침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07년 KBS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에서 이영돈PD가 김영애가 소유한 화장품 회사 제품 중 황토팩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공식 발표를 통해 참토원 제품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 일로 마음고생을 크게 한 그는 결국 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허위사실을 보도한 이영돈 PD는 '명예훼손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적 해석으로 인해 처벌은 면했다.

故 김영애가 대표로 있는 화장품 회사가 만든 황토팩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보도하는 이영돈 PD. [사진 KBS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 캡처 ]

故 김영애가 대표로 있는 화장품 회사가 만든 황토팩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보도하는 이영돈 PD. [사진 KBS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 캡처 ]

김영애 씨는 이 일에 대해 "용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하나님을 믿으면서 편안해진 게, 미운 사람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리 따지면 나도 살면서 정말 부끄러운 일 많이 했어요. 누구를 뭐라고 하거나 미워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지금은 어떤 미운 사람도 가슴에 남아있지 않아요. 누굴 원망하는 건 결국 나를 괴롭히는 건데 그 시기를 그냥 나를 위해서 사는 게 낫지 않나 싶어요"라고 말했다.

김영애는 2012년 췌장암을 선고 받고 투병해오다 올해 4월 9일 66세의 나이로 세상과 이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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