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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면 벌어지는 흥선대원군 묘 둘러싼 밤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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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흥선대원군 묘소.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중앙포토]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흥선대원군 묘소.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중앙포토]

자신을 흥선대원군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중년 여성이 이맘때면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흥선대원군 묘소 주변에서 밤을 주워가려는 방문객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심각한 몸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이 중년 여성 A씨가 쌍방 폭행으로 경찰에 접수된 사건만 대여섯 건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신의 땅이라는 A씨의 주장과 달리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실제 흥선대원군 묘소나 이 땅과는 연고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땅의 진짜 소유주는 흥선대원군의 현손(증손자의 아들)인 이청 씨로 의친왕의 차남 이우와 박찬수 사이에서 태어난 대한제국의 황족이다.

흥선대원군 묘소 관리인 유모(78)씨는 연합뉴스에 "A씨가 처음 이곳에 드나든 게 4년 정도 된 것 같다"며 "밤뿐만 아니라 밭에 심어진 각종 농작물도 무단으로 채취해가는 피해를 봤다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역사가 있는 곳인데 말릴 수도 없고 씁쓸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흥선대원군의 묘소가 경기도 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되긴 했지만, 국유지가 아닌 사유지에 자리 잡은 탓에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수사기관도 A씨를 폭행 혐의로 조사해 입건하는 것 외에는 땅 소유주가 직접 문제 삼지 않는 한 취할 수 있는 마땅한 조치가 없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흥선대원군 묘는 사유지여서 시에서 특별히 관여하는 것은 없다"며 "시에서도 땅 소유주와는 직접 연락이 되지 않고 필요한 업무는 관리인을 통해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흥선대원군은 1898년 2월 경기도 고양군 공덕리(현 서울 마포구 공덕4동)의 운현군 별장 아소당에서 세상을 떠나고 뒤뜰에 묻혔다. 10년 뒤 흥선대원군의 묘는 경기도 파주 운천면 대덕동(현 경기도 파주군 문산읍 운천리)으로 옮겨졌다.

이후 1966년 파주에 미군 군사시설이 들어서면서 또 한 번 자리를 옮겨 지금의 남양주시 창현리로 오게 됐다. 이 때문에 흥선대원군은 죽어서도 파란만장한 수난을 겪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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