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좌뇌형, 현대는 우뇌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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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창업자의 뇌 활용 성향에 따라 기업문화가 어떻게 달라질까. 또 여자의 뇌와 남자의 뇌는 어떻게 다를까.

지난 20~22일 연세대 상경관에서 한국심리학회 2003 심포지엄이 열렸다. 뇌의 비밀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이 소개됐다.

광운대 경영학과 이홍 교수는 기업주의 뇌활용 성향이 기업문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李교수는 국내 대표적 그룹인 삼성과 현대 두 곳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삼성의 창업주인 고(故)이병철 회장, 현대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사고방식을 언행록.회고록.자서전 등에 나타난 발언을 이용해 분석했다.

이에 더해 각각의 그룹당 18개 계열사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의사결정과 예산 통제 시스템 등을 설문조사해 창업주의 성향이 기업 문화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봤다.

분석 결과 고 이병철 회장은 좌뇌형, 고 정주영 회장은 우뇌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李교수는 "李회장은 합리성.분석.인과를 강조하고 위험을 기피하는 좌뇌형 기업가며, 鄭회장은 직관과 전체 맥락을 중시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우뇌형 기업가"라고 설명했다.

좌뇌는 언어뇌로서 언어 분석 및 논리적 사고를 주로 담당한다. 이에 반해 우뇌는 예술뇌로서 창의성과 상상력에 영향을 미친다.

李교수는 "'1백%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착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李 회장과 '미지의 분야라고 두려워 한다든지 힘들다고 피하는 것은 패배주의자'라는 鄭회장의 말이 두 사람의 뇌 활용 성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창업주의 뇌 활용 성향 차이는 기업 내 의사결정 시스템에도 차이를 가져왔다.

삼성에 비해 현대의 경영자들이 위험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했다. 삼성이 공식적인 의사결정을 중시하고 통제적 성향이 강한 것도 창업주의 뇌 활용 성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손영숙 교수는 남자들의 공간 지각력이 여자들보다 뛰어난 이유, 여자들이 언어에서 남자보다 강점을 보이는 이유를 분석했다.

여자와 남자의 뇌 중에서 언어 기능과 관련이 있는 브로카 영역과 측두평면, 상측두 영역이 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았다. 반면에 공간 능력과 관련이 있는 우반구 두정평면은 남자의 뇌가 더 컸다.

뇌 전체로는 남자가 더 크지만 전체 크기에 비해 신경 세포의 몸체가 모인 대뇌피질 부분의 양은 여자가 더 많다.

반면 대뇌에서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회로가 차지하는 부분인 백질의 양은 남자가 더 많다. 또한 대뇌 피질 전체의 뉴런 수는 남자가 더 많지만 언어 기능에 중요한 측두엽과 계획.판단.사고 기능에 중요한 전(前)전두엽의 뉴런 수는 여자가 더 많다.

전체 뉴런 수는 남자가 더 많지만 뉴런 하나 하나의 크기는 여자가 더 크고 뉴런 간의 연결 구조인 시냅스와 수상돌기 가지도 여자가 더 풍부하다.

그렇기 때문에 발달 과정에선 여자들의 두뇌가 빨리 발달하지만 나이들어 알츠하이머 치매처럼 뉴런의 손상에 따른 타격도 더 심하다고 孫교수는 분석했다.

동성애 남자들의 뇌 구조 일부가 여자들과 유사하다는 미국 소크 연구소 시몬 르베이 박사의 연구 결과도 있다. 도형을 회전시켜 공간 지각능력을 알아보는 테스트에서도 동성애 남자들은 보통 남자들보다 점수가 낮고 여자들과 비슷한 점수를 얻었다고 한다.

또한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 도형 회전 검사 점수는 낮아졌고 언어 유창성 점수는 올라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孫교수는 소개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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