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혁신성장 … 경제 정책 주도권 장하성 → 김동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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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동연 부총리(왼쪽)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장관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김영란법 시행 1년을 맞아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를 돕자는 의미로 이날 장관들에게 꽃 을 선물했다. 오른쪽부터 김영주 고용부·김영록 농식품부·박능후 복지부·김영춘 해수부 장관. [신인섭 기자]

김동연 부총리(왼쪽)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장관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김영란법 시행 1년을 맞아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를 돕자는 의미로 이날 장관들에게 꽃 을 선물했다. 오른쪽부터 김영주 고용부·김영록 농식품부·박능후 복지부·김영춘 해수부 장관. [신인섭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강조한 것을 계기로 정부 경제정책의 주도권이 청와대에서 내각으로 옮겨갈까.

김 부총리 그동안 혁신성장 강조 #장하성은 소득 주도 성장론 이끌어 #대통령 “경제부처가 전략 마련을” #청와대 “분배만으론 경제성장 못해” #‘김동연 패싱’ 논란 수그러질 듯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혁신성장이 소득 주도 성장 전략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 경제정책으로 통하던 ‘소득 주도 성장’ 대신 ‘혁신성장’이 강조되면 현 정부 출범 뒤 ‘분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등한시되던 ‘성장’이 보다 강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더해지면서다.

소득 주도 성장은 최저임금을 올리거나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법 등으로 노동자의 소득을 늘리면 결국 소비 여력이 늘어나 생산이 증가하는 식으로 수요 측면에서 경제를 선순환시키겠다는 성장론이다.

반면 혁신성장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거나 새로운 산업을 발굴해 일자리가 늘어나면 근로자의 소득도 늘어 구매력이 커지는 식으로 공급 측면에서 경제를 선순환시키는 성장론이다. 전통적인 성장론에 보다 가까운 방식이다.

중도·보수 성향의 경제 전문가들은 “소득 주도 성장론은 경제원론에도 없는 내용”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의 혁신 없이 ‘소득을 늘려 소득을 늘린다’는 방식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 내에서 혁신성장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온 사람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김 부총리는 6월 15일 취임할 때부터 “일자리를 늘리고 양극화는 줄이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성장이어야 혁신성장으로 가는 길”이라며 “혁신을 가로막는 각종 장벽을 허물고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기 직전에도 김 부총리는 국회 행사에 참석해 “소득 주도 성장만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으로 간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혁신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혁신성장에 대해 우리 경제 부처에서 보다 빠른 시일 내에 개념을 정립하고 구체적인 정책 방안과 속도감 있는 집행 전략을 마련하라”며 경제 부처가 혁신성장의 컨트롤타워임을 거듭 확인했다.

혁신성장이 강조될수록 그동안 증세나 부동산 정책 논의 과정 등에서 불거졌던 ‘김동연 패싱’ 논란은 상대적으로 수그러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소득 주도 성장을 주도해온 청와대의 장하성 정책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 등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근 문 대통령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의 집행에도 불구하고 북한 리스크로 인해 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는 데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지난 27일 여야 4당 대표와의 회동에선 북한 문제를 거론하며 “경제가 다시 발목 잡히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된다”고 우려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가 분배나 복지만 갖고 성장하고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니란 인식을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청와대는 혁신성장의 강조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혁신성장은 그동안 대통령이 항상 강조해오던 것”이라며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없고 해서 성장의 네 바퀴 중에서 혁신성장의 바퀴만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혁신성장’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개념이 모호했던 창조경제와 달리 개념을 명확히 한 게 혁신성장”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했던 정책이라도 잘한 부분에 대해선 계속 이어나가 더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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