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해지는 공장들, 일자리에 독일까 득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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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포스코 스마트팩토리에는 IoT를 활용한 스마트 센서가 적용될 예정이다. [사진 포스코그룹]

포스코 스마트팩토리에는 IoT를 활용한 스마트 센서가 적용될 예정이다. [사진 포스코그룹]

“N3045 모델 김치냉장고 5대 추가 생산 요망”. 모니터에 주문서가 뜬다. 로봇이 해당 제품을 만들기 위한 모듈을 가지러 간다.

국내 스마트팩토리 시대 본격 개막 #LG전자, 창원1사업장 리모델링 #포스코는 모든 그룹사에 적용 계획 #제조업계, 숙련공 줄고 임금 오르자 #AI·IoT 등 활용 ‘생산 혁신’ 답 찾아 #노동계 고용 규모 줄어들까 우려 #전문가 “인력 감소 아닌 일의 변화”

“3라인 컨베이어 벨트 구동 모터 교체 요망”. 관제 모니터에 알람이 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설비 센서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를 분석한 뒤 사전에 고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부품을 미리 알려 준 것이다. 생산 공정의 미세한 변화까지 감지하는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덕에 가능한 일이다.

LG전자가 2023년까지 짓기로 한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전망이다. 이 회사는 경남 창원시 성산동의 창원1사업장을 스마트팩토리로 탈바꿈시키겠다고 27일 밝혔다. 6년간 6000억원이 투자될 이 공사가 끝나면 창원1사업장은 냉장고·오븐 등 이 회사의 프리미엄 주방가전을 만드는 핵심 기지가 된다. 오인식 LG전자 창원생산기술실장은 “공장 면적은 같은데 연간 생산능력은 200만 대에서 300만 대로 늘어날 거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로에 선 한국 제조업이 빠른 속도로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고 있다. 기존 설비로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에 부닥치자 스마트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스마트팩토리가 확산하면 공장 노동자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오히려 해외로 빠져나가는 공장을 국내로 돌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포스코ICT는 LG전자보다 하루 앞선 26일 “동화기업의 파티클보드 공장을 스마트화하는 사업을 맡았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의 빅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에 연계해 분석하고, 인공지능으로 최적의 제어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스템이 완성되면 원재료에 의한 제품 불량률, 설비의 돌발 고장 등을 모두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기대다. 포스코그룹은 7월 중순 “모든 그룹사에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런 확산세는 산업계 수요와 기술의 뒷받침이 맞물린 결과다. 국내 제조업계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숙련 기술자는 줄고 인건비는 나날이 오른다. 해외로 나가 봐도 추세는 비슷하다. 스마트팩토리는 생산성 향상의 답을 빅데이터에서 찾는다. 빅데이터를 통해 미래에 일어날지 모르는 차질을 예측해 낸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석주 포스코ICT 상무보는 “기존엔 생산 설비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한 번 보고 버렸다면, 이제는 그걸 쌓아 놓고 생산성 향상의 열쇠를 찾게 된 것”이라며 “어떤 부품을 교체하면 생산 속도가 올라갈지, 어떤 부품은 고장 가능성이 있는지를 빅데이터가 미리 알려 준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미국은 이미 스마트팩토리 기반 기술을 탄탄히 쌓아 왔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팩토리 시장은 2016년 462억 달러(약 52조1000억원)에서 2020년 566억 달러(약 63조8000억원) 규모로 증가할 거란 전망이다. 노동계는 스마트팩토리가 국내 일자리를 앗아갈까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공장 근로 인력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이들이 하는 일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무인 공장’이 확산할 거란 전망은 비약이란 얘기다. 하지만 단순 관제 인력 대신 시스템 개발·제어 인력을 뽑는 만큼 변화는 불가피하다. 조석주 상무보는 “기존엔 CCTV를 보며 관제하던 사람이 앞으로는 빅데이터를 분석하며 생산성 향상 방법을 찾아야 하는 셈”이라며 “실제로 기존 관제 인력들을 스마트팩토리에 투입하기 위해 재교육하는 것이 스마트화의 핵심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측은 “지능형 설비를 개발하고 제어하는 인력이 늘어나 창원1·2사업장은 매년 250명 이상 신규 인력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 업무를 인공지능(AI)이 본격 담당하는 수준으로 기술이 발달하면 공장 근무 인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팩토리 운영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N3N의 남영삼 대표는 “아직은 생산 설비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분석해 응용할지에 대한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AI가 스마트팩토리에 본격 도입된 이후에도 주요 결정을 인간이 내리지 않고 기계에만 맡기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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