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불법촬영'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용어 바꾼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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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카메라 이용 등 촬영 범죄를 일컫는 말로 그간 사용해온 '몰카'라는 용어 대신 불법성을 강조하는 '불법촬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 말이 이벤트나 장난 등 유희적 의미를 담고 범죄의 심각성을 담지 못한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26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대책을 보고했다.

몰카는 몰래카메라의 약칭이다. 말 그대로 당사자와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카메라 등으로 상대방을 촬영한다는 의미다. 1990년대 방송인 이경규가 진행한 예능 프로그램 '몰래카메라'에서 유래돼 대중화됐다. 그 당시 몰카는 출연자에게 촬영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난감한 상황을 연출하는 콘셉트를 뜻했다.

그러나 근래 상대방의 동의 없이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이를 배포하는 등의 성폭력 범죄 행위에도 '몰카'라는 용어가 혼용되어 쓰이면서 "몰카라는 장난스러운 표현이 범죄 의식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 대체 용어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디지털 성범죄 대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조율하기 위해 마련된 당정협의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보통 '몰카'라고 부르지만, 이는 예능에서 비롯된 용어다.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너무 가볍게 느껴져 당과 정부에서는 디지털 성범죄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용어 변경과 함께 초소형 변형 카메라 수입 관리, 불법촬영 탐지 강화, 불법 촬영 영상물 유포자 처벌 등 급증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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