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순위 싸움, 흔들리는 MVP 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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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막판 순위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MVP 경쟁도 뜨거워졌다. 선두를 달리던 KIA 양현종(29)·헥터(30)·최형우(34)의 집안싸움으로 보였지만 최정(30·SK)과 김재환(29·두산)이 급부상하고 있다.

KIA는 4월 12일 이후 줄곧 선두를 달렸다. 강력한 선발진과 힘있는 타선의 조화가 돋보였다. 최우수선수 역시 '우승 프리미엄'이 있는 KIA 선수들 중 한 명이 차지할 것이 유력했다. 원투펀치 양현종과 헥터는 8월까지 17승을 거두며 다승 공동 선두를 질주했다. 둘은 1990년 선동열 이후 타이거즈 선수로는 27년 만에 20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헥터는 경기당 평균 투구이닝 1위(6.67)도 달렸다. 4번 타자 최형우도 뒤지지 않았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로 KIA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는 타점과 결승타 1위를 달리며 중심 타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셋은 약속이나 한 듯 부진하다. 양현종은 9월 네 차례 선발 등판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4.86(25일 기준)이다. 다승왕을 다투던 헥터도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며 1승2패, 평균자책점 4.67에 그쳤다. 최형우는 타율 0.232, 1홈런·8타점의 슬럼프에 빠졌다. 타점왕 레이스에서도 러프(삼성·124개)에게 추월당했다. 4개 차로 뒤져 있어 역전이 쉽지 않다. 출루율(0.455) 1위만 지키고 있다. KIA가 우승을 한다 해도 MVP가 보장된 건 아니다. 2010년대 이후 정규시즌 우승팀 출신 MVP는 지난해 더스틴 니퍼트(두산)가 유일했다.

호랑이 군단이 주춤하는 사이 최정이 급부상했다. 지난해 40홈런을 쳐 테임즈와 함께 공동 홈런왕에 오른 최정은 홈런 2연패를 예약했다. 46홈런을 때려 2위 로사리오(한화·37개)를 크게 앞섰다. 남은 3경기에서 몰아치기에 성공해 50홈런 고지를 밟는다면 대역전극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최정은 장타율(0.496)까지 2관왕이 유력하다. 역대 프로야구에선 35번의 투표에서 18번이나 홈런왕이 MVP에 올랐다. 최정에게 아쉬운 건 잔부상 때문에 빠지거나 대타로 나선 경기가 많다는 것이다. 팀 성적은 나쁘지 않다. SK는 LG·넥센을 따돌리고 사실상 5위를 확보했다.

두산이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다면 김재환도 후보로 손색이 없다. 김재환은 타율 6위(0.343), 홈런 3위(35개), 타점 3위(114개), 최다안타 2위(182개) 등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부문에서 상위에 랭크됐다. 타이틀이 없다는 점이 흠이지만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다는 걸 감안하면 의미있는 성적이다. 야구를 통계학·수학으로 접근하는 세이버메트릭스에서 즐겨 쓰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 전체 1위(7.38)가 김재환이다. 하지만 김재환에겐 약점이 있다. '금지약물' 복용 전력이다. 김재환은 2011년 10월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돼 1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바뀐 투표 방식도 변수다. 2015시즌까지는 최고의 선수 1명에게만 투표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프로야구 초창기(1983~1995년)에 쓰던 점수제로 환원됐다. 1위표 8점, 2위표 4점, 3위표 3점, 4위표 2점, 5위표 1점을 부여한다. 비슷비슷한 후보가 많은 올해는 단 몇 점 차로 수상 여부가 갈릴 수 있다. 투표는 포스트시즌 개막 전에 실시되기 때문에 정규시즌 성적만 반영된다.

신인왕은 시상식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센 외야수 이정후(19)가 주인공이다. 이정후는 신인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우는 등 타율 0.328, 2홈런·47타점·12도루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입단 첫해인 '순수 신인왕'은 2007년 이용찬(두산) 이후 10년 만이다. 1996년 박재홍(당시 현대) 이후 역대 2번째 만장일치 신인왕 가능성도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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