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차단 화장품? 절반 가량이 '부적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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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 화장품 판매업체 22곳 중 10곳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 화장품 판매업체 22곳 중 10곳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20여개의 화장품이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내세우고 있으나 절반 가량은 그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런 효과를 내세운 22개 화장품 회사 중 10개가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식약처는 미세먼지 효과를 내세운 화장품이 잇따라 출시되자 지난 5월 일제 점검에 나섰다. 22개 업체에 효과를 입증하는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12개 업체에게서만 자료를 받았다. 이들 업체는 전문기관의 인체 적합성 시험 결과 등의 자료를 제출했다. 10개 업체는 자료가 없거나 미세먼지 차단과는 관련없는 엉뚱한 자료를 냈다.
 권오상 식약처 화장품정책과장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10개 업체에 대해 지방식약청에서 허위·과대 광고 행정처분을 내리는 중"이라며 "이게 완료되면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들 업체가 광고 중단 처분을 위반하면 추가적인 영업정지 등의 행정제재를 가하게 된다.
 그동안 화장품 업체들은 클렌징(닦아내는 작업)과 스킨케어, 자외선 차단제 등 다양한 유형의 제품에 미세먼지 흡착을 막거나 씻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광고해 왔다. ‘미세먼지 철벽 수비’ ‘미세먼지 철벽 방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미세먼지는 피부에 붙어 알레르기 등의 질환을 일으킨다. 화장품은 두 가지 기능을 한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화장품이 보호막을 형성해 피부 모공에 미세먼지가 흡착하는 걸 억제하거나 피부에 붙은 미세먼지를 깨끗하게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이번에 식약처에 자료를 제출한 12개 기업도 효능의 정도나 시험법이 다 달랐다. 중앙대 김 교수는 "미세먼지 흡착 방지를 증명하는 시험방법이 다양하고 효과를 인정하는 기준이 없다"며 "표준화된 시험방법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도자 의원도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화장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당국이 조속히 기준을 만들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 권 과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화장품의 미세먼지 방지 기능의 시험방법과 효능의 기준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차단 화장품을 광고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문구도 가이드라인에 담을 예정이다.
 방효진 가톨릭 관동대 뷰티디자인학과 교수는 "미세먼지를 잘 없앤다는 건 세정력이 세다는 뜻"이라며 "화학성분인 계면활성제가 많이 들어가게 돼 피부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써서 피부에 자극을 주지말고 꼼꼼히 씻어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화장품은 제조·판매업 등록만 하면 된다. 기업이 제품을 자유롭게 생산·판매할 수 있다. 당국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효능을 표방할 경우 입증 자료를 갖고 있어야 한다. 식약처는 사후관리를 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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