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놓고 여야 대충돌 점입가경…‘3각 전선’ 형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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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원인과 뇌물수수 의혹 사건이 다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페이스북에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씨가 가출하고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쓴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사진 왼쪽)과 이에 반박하는 글(“허위사실로 고인과 유족을 욕보이셨으면 법적 책임을 지면 된다”)을 페이스북에 올린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원인과 뇌물수수 의혹 사건이 다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페이스북에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씨가 가출하고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쓴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사진 왼쪽)과 이에 반박하는 글(“허위사실로 고인과 유족을 욕보이셨으면 법적 책임을 지면 된다”)을 페이스북에 올린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원인을 놓고 벌어지는 여야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현 여권과 정의당이 한 축을 이뤄 구(舊) 여권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국민의당·바른정당은 양비론을 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슈가 부른 ‘3각 전선’(민주당·정의당 : 한국당 : 국민의당·바른정당)이다.

민주당, 법적 대응 예고…“역사적ㆍ법적 단죄 받아야” #노 전 대통령 유족, 25일 정진석 의원 고소하기로 #‘노무현 마지막 비서관’ 김경수 “이번엔 어떤 타협도 없을 것” #한국당은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사건 재수사 촉구 #정진석 “적폐청산은 갈등과 분열의 악순환만 반복시킬 뿐” #국민의당ㆍ바른정당은 양쪽 싸잡아 비판하며 ‘양비론’ 펴

더불어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씨가 가출하고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쓴 정진석 한국당 의원을 맹비난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예고했다. 백혜련 대변인과 김효은 부대변인은 주말에 연달아 논평을 내고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하고 치졸한 행태는 역사적·법적 단죄를 받아야 할 것”(24일 백 대변인),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을 정치보복과 이념대립으로 보는 것은 정 의원이 청산 대상임을 자백하는 것”(23일 김 부대변인)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등 유가족은 25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문 대통령, 권 여사, 노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오른쪽부터)가 지난 5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모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등 유가족은 25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문 대통령, 권 여사, 노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오른쪽부터)가 지난 5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모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 유족들은 25일 정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오상호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전) 부부싸움을 한 적도 (권 여사가) 가출한 사실도 없다. 정 의원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말했다.

친노 출신 의원들도 가만 있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허위사실로 고인과 유족을 욕보이셨으면 법적 책임을 지시면 된다. 어떤 타협도 없을 것이고 사과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태광실업(회장 박연차)에 대한 표적조사가 이뤄졌다는 내용의 주장이 담긴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인터뷰 기사 링크를 페이스북에 함께 올려놓고 “정 의원에게 이 기사를 보내드린다”고 썼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2비서관 출신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 의원의 페북, 참을 수 없는 분노를 가슴에 담는다. 그럴수록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적폐가 얼마나 크길래 하는 궁금증과 공분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정 의원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 의원이 이명박 정권의 잔당을 자처하며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는 패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한국당은 정 의원을 엄호하며 정 의원이 제기한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23일 “이번 논란의 본질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보복”이라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 뇌물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허위사실이냐. 또 부부싸움이란 부분만 허위사실이냐”며 “그것도 아니면 노 전 대통령 죽음이 전전(前前) 정부 탓이고 그래서 그 한을 풀기 위해 정치보복의 칼을 휘두른다는 것이 허위사실이냐”고 반문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원인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자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오후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정진석 의원 페이스북 캡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원인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자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오후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정진석 의원 페이스북 캡처]

논란이 정치 쟁점화하자 정 의원은 23일 오후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결심이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때문이었다’는 박원순 서울시장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올린 글일 뿐 노 전 대통령이나 가족들 마음에 상처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노 전 대통령 한을 풀기 위해 또다른 형태의 정치보복에 나서야 하는가. 한쪽이 한쪽을 무릎 꿇리는 적폐청산은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악순환을 반복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의 ‘노’자만 꺼내면 용서할 수 없는 역사의 죄를 지은 양 발끈하고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난리를 친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성역인가. 이제 그만하자”고 썼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은 민주당과 한국당 양쪽을 ‘구태정치’라며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24일 논평에서 “107석의 국회의원이 있고 많은 법률가들이 있는 한국당이 노 전 대통령 뇌물사건을 재수사하자는 것은 한심하다”며 “박 시장의 정치보복 주장 또한 편가르기식 정치로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양측을 모두 공격했다.

바른정당도 24일 ‘이제 그만들 해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누가 하면 정치보복이고 누가 하면 적폐청산인가? 여당이든 야당이든 나라꼴 이렇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민주당·한국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최민우·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둘러싼 여야 다툼

▶ 9월 20일
- 박원순 서울시장, “내가 아는 최대 정치보복은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했던 것”(라디오 인터뷰)
- 정진석 한국당 의원,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씨가 가출하고,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페이스북 글)

▶ 9월 22일
- 김현 민주당 대변인,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관참시는 기초적 예의조차 없는 망언”(논평)
- 최석 정의당 대변인, “정 의원은 망언에 대해 노 전 대통령과 유족에게 사죄해야” (브리핑)

▶ 9월 23일
- 김효은 민주당 부대변인, “과거 잘못 바로잡는 것을 정치보복으로 보는 건 정 의원이 청산 대상임을 자백”(현안 브리핑)
- 김경수 민주당 의원, “허위사실로 고인과 유족 욕보이셨으면 법적 책임 지면 된다”(페이스북 글)
-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 “의혹 해소 위해 노 전 대통령 뇌물사건 진상 밝히는 재수사 필요”(논평)
- 정진석 한국당 의원, “노 전 대통령 한 풀기 위해 또다른 정치보복에 나서야 하는가”(페이스북 글)

▶ 9월 24일
-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 “정 의원 막말ㆍ망언, 이에 부화뇌동하는 한국당 행태는 저열한 정치공세”(현안 브리핑)
-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 “정 의원 막말은 있을 수 없는 일. 박 시장 정치보복 주장 또한 편가르기식 정치”(논평)
-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 “무엇이 적폐이고, 정치보복인가. 자중자애하기 바란다”(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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