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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그게 국정원이었다니…난 세금 안 밀리려고 빚도 냈는데" 오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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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배우 김규리가 'MB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일이 확인된 가운데 지난 10년 간 했던 마음 고생에 대해 털어놨다.  김규리는 23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은밀하게 꼼꼼하게-각하의 비밀부대'에 출연해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이후 악성 댓글에 시달려왔다고 증언했다.

김규리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논란이 한창이던 2008년 5월 1일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냉무'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당시 김규리는 "머릿속에 숭숭 구멍이나 나 자신조차 컨트롤하지 못하는 나란 사람은 상상하기 싫다", "나라님은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어야 한다"며 광우병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1044자의 글을 남겼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이후 악성 댓글에 시달리게 된 부분은 다음이다. 김규리는 해당 글에서 "자국민들조차 피하는 미국산 소가 뼈 채로 우리나라에 들어 온다고 한다.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 넣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규리는 글을 올릴 당시 '김민선'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다 이듬해 개명했다.

이날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김규리는 "(해당 글을 올린 이후)10년 동안 악플에 시달렸다"며 "나보고 청산가리를 먹으라더라. 내가 쓴 글 중에 '청산가리' 하나만 남게 해서 글 전체를 왜곡했던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산가리 먹고 죽으라"는 댓글이 계속 이어지자 김규리는 자살 시도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그 누군가가 10년 동안 가만히 있지 않고 내 삶 사이사이에서 계속 나를 왜곡했다. '너 아직도 안 죽었니? 죽어 죽어'하니까 (자살)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규리는 활동에 제약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실에 대해서도 언했다. 김규리는 "그게 국정원에서 한 일이라니. 난 세금 안 밀리려고 은행에서 빚내서라도 세금을 냈는데. 지난 주 문건이 나오고 몇자가 안되더라. 이걸로 난 10년 동안 그렇게 고생했는데…"라며 눈물을 쏟았다.

MB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던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고서도 자신이 욕을 먹고 있다는 현실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김규리는 "얼마 전에 오랜만에 엄마를 보러 (납골당에) 갔는데 사람들이 날 욕하더라. 문건에 이름이 나왔다. 공권력이 그렇게 해를 가했다는 게 문건으로 나왔다. 근데 왜 내가 욕을 먹어야 하나"라며 오열했다.

한편 이날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김규리와 마찬가지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김미화도 출연했다. 김미화는 과거를 회상하며 "희한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짐작은 하고 있지 않았냐. 어려운 분들이 있으면 어려운 분들과 함께 하고 싶고 그분들과 울고 웃는게 왜 나쁜 일인가"라며 자신이 좌파로 지목돼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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