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런던서도 쫓겨날 위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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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호 01면

당국 면허 연장 불허, 중국 철수 이어 타격

미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가 영국 런던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승객 안전 기준에 맞지 않아” #우버는 “이의신청 또는 항소”

감독기구인 런던교통공사(TfL)는 이달 말로 끝나는 우버의 4년짜리 면허를 연장해 주지 않기로 22일(현지시간) 결정했다. 런던은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등의 주요 도시들과 함께 우버의 핵심 시장이었다. TfL은 “택시 영업을 하는 사람은 승객의 안전과 권리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우버가 승객 안전을 위한 기준에 맞지 않고 택시 영업을 하기에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실제 우버의 택시기사 가운데 일부가 범죄에 연루됐거나 건강검진 기록을 갖고 있지 않았다. 우버가 기사의 신상기록 등을 확인하는 데 소홀한 것이다. TfL은 “우버 기사들이 특수 앱을 활용해 교통감독 당국의 운행기록 등을 살펴볼 수 없도록 했다”고도 지적했다.

우버는 TfL 발표 직후 “상급 행정기관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의신청이나 항소는 21일 내에 해야 한다. 또 이의신청 등의 절차가 모두 끝날 때까지 우버는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우버는 “감독 당국이 우리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버는 기사를 직원이 아니라 계약자 또는 대리점으로 여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버 최고경영자(CEO)인 다라 코스로우샤이는 TfL 결정 직후 기사들에게 띄운 편지에서 ‘엄격한 윤리의식을 갖춰야 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TfL 결정으로 우버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NYT에 따르면 런던에서 우버 기사 4만여 명이 3개월마다 승객 350만 명을 실어 나른다. 영국의 다른 도시뿐 아니라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도 런던과 비슷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최근 우버는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회사를 중국 토착회사에 매각하고 철수했다. 코스로우샤이 CEO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버는 완벽하지 않다”고 인정하고 “각 도시 교통 당국이 우리와 손잡고 문제 해결에 나서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번 사태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우버 지분 인수 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소프트뱅크는 손 회장이 세운 대형 정보기술(IT) 펀드인 비전펀드, 미국 투자회사인 드래거니어인베스트먼트그룹 등을 끌어들여 우버 주식의 17~22%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규모는 최대 100억 달러에 달한다. 우버 경영진은 숙고 끝에 소프트뱅크 측에 우선협상권을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13%의 지분을 보유한 벤처캐피털기업 벤치마크가 21일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다 런던에서의 퇴출 문제까지 겹치면서 지분 매각은 암초를 만난 형국이 됐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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