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무대에 오른 부조리한 인간 뫼르소 … 후반부 갑작스럽고도 대담한 일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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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책으로 읽는 연극 - 이방인

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민음사

다시 카뮈다. 지난봄엔 그의 희곡 ‘정의의 사람들’이 심심찮게 호출되더니 이번엔 소설 『이방인』이 무대에 올랐다(산울림소극장, 10월 1일까지). 하긴 올해는 알베르 카뮈(1913∼60)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카뮈의 존재감이 더 특별한 해이기도 하고 세상의 부조리한 흐름을 좇다 보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전적인 질문과 다시 마주 서고 싶다.

1942년에 발표한 『이방인』은 카뮈의 첫 소설이다. 알제리 출신의 카뮈 자신을 암시하듯이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알제리를 배경으로 국외자처럼 세상살이에 스며들지 않는 청년 뫼르소가 주인공이다.

작품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는 부고로 시작하여 부조리한 사형 선고로 마감하는 죽음의 소설이다. 그렇기에 『이방인』은 엄마로 통칭 되는 존재의 기원이자 억압인 낡은 세상과 결별하는 작품이며 태반에서 온전히 빠져나와 진정한 인간이 되는 성장담으로도 읽힌다. 그런데 그 결별과 생에 대한 각성이 사형을 앞둔 절박함 속에서 이루어지다니, 카뮈의 가혹함과 준열함이 새삼스럽다.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이 다시 연극 무대에 올랐다. [사진 산울림소극장]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이 다시 연극 무대에 올랐다. [사진 산울림소극장]

불문학자이기도 한 임수현이 번역·각색·연출까지 맡은 연극 ‘이방인’은 뫼르소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원작의 기술 방식을 충분히 존중하였다. 그런데 태양에 취해 살인을 저지른 뫼르소처럼 규칙적으로 굴러가던 바퀴가 후반부에서 갑작스럽고도 대담한 일탈을 감행한다. 원작에서 감옥 안의 뫼르소가 신문기사를 읽는 장면이 바로 그 부분(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권 90쪽)이다. 체코슬로바키아를 배경으로 근친살해를 다룬 기사인데, 이후 카뮈는 같은 소재로 희곡 ‘오해’를 발표한 바 있다.

산울림의 연극 ‘이방인’은 그 ‘오해’의 한 장면을 끌어들여 텍스트에 구멍을 내면서 동시에 외연을 확장시켰다. 여기에 간결한 무대 사용이나 공연 중 슬그머니 존재를 드러내는 태양의 위력, 또 사투를 벌이듯이 뫼르소를 연기한 젊은 전박찬의 열연이 객석을 압도한다. 연극(희곡)을 통해 자신의 사상에 생명과 운동을 부여하고 싶었던 카뮈도 흡족하지 않았을까. 화려한 무대도 아니었고 일곱 명의 배우로 전체 작품을 소화하느라 작은 균열이 없지 않았지만, 원작의 영혼을 육화시키는 연극의 치열함이 아름답다.

극장 밖은 어느새 풀벌레 소리 들리는 가을이다. 『이방인』을 처음 읽었던 시절은 사춘기였던 인생의 봄, 그런데 아직도 이 부조리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 그런 계절엔 『이방인』을 다시 펼쳐들어도 좋을 것이다.

김명화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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